실업률 증가는 아마도 모든 국가의 골치 아픈 현안일 것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각 가정에서도 가장이나 자녀들의 실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신하는 새로운 일자리는 과연 무엇일까? 공무원 수를 늘리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일자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 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기 위해 인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 엿볼 필요가 있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 중에 하나의 종에 불과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초기에 인간노예들의 에너지를 이용해 문명을 건설하면서 지구촌의 지배자로 변신을 시작한다.
그 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수많은 기계노예들을 창조하고 그들의 주인이 되었다.

20여 년 전 정보화혁명 그리고 최근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계노예의 파워는 근력과 감각은 물론이고 지적능력 마저도 인간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현대인은 이러한 기계노예들을 수백 내지 수 천 개를 거느리고 산다.
과거 로마시대에 귀족들은‘노예를 몇 명 부리냐?’라고 인사를 나눴다고 하는데, 현대인은‘기계 노예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가 부의 상징이 되었다.
자동차, 냉장고, 스마트폰 등등 주변을 돌아보면 주인님을 기쁘게 하려는 수많은 기계노예들이 눈에 밟힌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가 생존의욕구, 안전욕구, 사회적욕구, 존중의욕구를 채워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아실현욕구를 추구한다고 보았다.
인류 역사는 이런 욕구 충족을 위해 수많은 기계노예를 창조하면서 슈퍼맨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듯하다.
좋은 일자리는 상위 욕구를 충족해 주는 일자리여야 한다.
부모세대는 생존욕구만 충족되어도 만족할 수 있었지만 지금 청년들은 적어도 4단계 욕구인 존중의 욕구 정도가 충족되어야 일자리로 인정한다.

문제는 그 마저도 기계노예들의 몫이 되어가고, 이제 청년들은 최고단계인 자아실현욕구가 구현되는 즉 일과 삶이 일치되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아실현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아실현인’이기보다는 ‘화폐노예’에 가깝다.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돈을 버는 데 시간을 소비한다. 그 돈이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아 줄 것으로 착각하고 산다.
하지만 삶의 의미는 돈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삶의 의미가 부여되면 의미 있는 일이다.

무의미는 죽음과 같다. 부끄럽게도 자살률 세계 1위인 우리 사회는 무의미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의미를 부여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제 새로운 일자리는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늘려서는 의미가 없다.
자아실현 욕구가 구현될 수 있는 교육, 사회적 인프라 등 사회전반이 개혁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의 통념을 깨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계노예들과 일자리를 놓고 이길 수 없는 투쟁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한계비용이 줄어들고 기계노예들의 활약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존의 일자리는 사라지겠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아실현인’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들은 스스로 시간을 통제하고,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과정과 결과에 대해 정교한 평가 즉 자산화를 시도하게 된다.
만약 기초생활이 안정된 가운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바 아니겠는가.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개인의 가치를 자산화 하는 길을 열었다.
개개인의 가치를 정교하게 암호자산으로 정의하고 이를 암호화폐로 만들어 유통시키게 될 것이다.
인터넷 환경에서 가치가 정보처럼 유통되는 세상이 다가 온 것이다.

전하진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