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유산
                    장승규

지난 밤바람에 상경했을까
검정 보퉁이 하나를 끌어안은
민들레 흰 저고리
아파트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제 막
보퉁이 먼저 낯선 풍경 위에 내려놓더니
아직도 두리번거린다

형제들이 나누어 가졌을 보퉁이 안을 슬쩍 엿보았다
보잘것없이 작은 그 안에
얼마간 먹고 지낼 양식은 잊지 않고 넣었고
앞으로 크게 될 떡잎도 아주 작게 접어 두었고
노란 예쁜 꽃도 몇 송이나 들어 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부디
높은 곳 찾으려고 하지 말거라
낮더라도
네 마음 편한 자리에서 뿌리내리고 살거라
마지막 말씀도 고이 접어 넣었다

민들레 흰 저고리는 
돌아앉아 조용히 흔들리고
아직 생겨나지도 않은
노란 꽃들은 둘러앉아 티 없이 수다 중이다

[프로필]
장승규 : 경남 사천, 외대 영문과, 문학세계 등단, 시집[민들레 유산]외 다수

[시감상]
민들레가 지천으로 핀 오월이다. 산이나 들에나 핀 민들레는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민초들이다. 콘크리트를 뚫고 나온 민들레, 바위틈의 민들레, 그 질긴 생명력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은 이런 것이다 가르치는 어머님 말씀과 같다. 오월의 민들레를 보며 남은 생의 시간을 좀 더 가다듬어보자.
[글/ 김이율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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