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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 촌로가 바라본 남북정상회담의 소회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간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이끌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북한 비핵화가 미·북간 불완전한 합의로 봉합되거나 실제 이행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나는 분단된 독일에서 광부생활을 했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 접경지역인 김포에서 평생을 살아왔기에 남북정상회담의 전 과정을 TV로 보면서 남다른 소회를 느꼈습니다. 지금도 마치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난 기분입니다.

이 나이가 되어 가슴 속에 꽁꽁 묻혀있던 억눌림이 다소나마 풀리는 심정이었습니다. 김포군의원과 김포시의원, 경기도의원을 거치면서 접경지역의 각종 규제가 얼마나 시민들을 불편하게 했는지 체감했고, 한강철책선을 지날 때마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여건에서 경기도의원시절에 애기봉을 ‘애기봉평화공원’으로 명명하도록 앞장서서 성사시킨 것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한 일이었습니다. 

북한의 군사도발 소식이 전해지면 김포시민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심정으로 지레 겁을 집어먹게 되고 불안과 걱정으로 위축되어온 게 사실입니다. 김포한강신도시의 아파트 분양 시 대규모 미달사태가 난 것도 이런 여파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이번엔 믿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몇 차례의 남북회담을 비롯해 제 3국과 체결한 협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기를 발표하기 일쑤였지 않습니까. 국제사회에 신뢰를 주지 못했고, 우리도 속았고 당했다는 감정을 느낀 것이 어디 한두 번 이던가요. 하지만 이번에 지켜본 회담은 종전에 가졌던 정상회담과 비교해볼 때 대단히 파격적이었고, 진정 변해보고자 하는 북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다소 조심스럽긴 하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세상으로 나온 북한을 우리가 따뜻하게 보듬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이 지금껏 보여준 행동은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는 왠지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서 최소한의 경계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지긋지긋한 남북의 갈등과 우리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의 공포가 해소되고 그토록 기원했던 평화의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완전한 평화, 전쟁 없는 나라,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통일 한국을 기대하며, 그 해법을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조상들이 체험을 통해 얻은 지혜가 녹아있는 속담 속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 반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두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올까, 송곳도 끝부터 들어간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일에는 순서가 있으니 차례대로 해야 한다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어르고 뺨치기나 죽 쑤어 개 좋은 일,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제 것 주고 뺨 맞는다는 속담은 그동안 북한이 좋은 말만 늘어놓고 나중에 우리에게 해를 끼친 적이 있었던 것을 통해 마무리될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상징적으로 가르쳐주는 내용입니다. 8천만 한민족의 염원이 평화의 길로 가는 담보가 될 것으로 믿지만 혹시 하는 노파심에서 던져보는 늙은이의 충정입니다.

나의 도는 하나로 꿰뚫고 있다(吾道一以貫之). 논어에 나오는 경구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헤아리자는 것입니다. 즉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실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하고, 여기에 남이 처한 상황까지도 헤아리는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에 빗대면 우리가 할 일을 다 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준다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평화의 도정에 파란불이 켜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는 하나’임을 보여주는 실체입니다.

글을 끝내면서 앞으로 있을 북·미회담을 앞둔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에게 김포에 사는 한 촌로(村老)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는 ‘뒷간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것이 있습니다. 조건과 환경, 때와 장소에 따라 쉽게 변하는 사람의 속성을 풍자한 속담입니다. 닮은 영어속담으로는 ‘Danger past, and God forgotton’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위험을 넘기고 나면, 하나님을 잊는다’는 뜻입니다. 절박했던 마음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심리를 꼬집은 속담입니다.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님. Danger past, and God forgotton! 북·미회담을 마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제발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땅에 평화가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경기도의원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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