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인사 분권은 자치입법권이나 사무의 이양만큼이나 중요한 지방분권 영역의 핵심 법적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여 본격적인 지방분권시대에 대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 내 운영위원회나 학계, 시정연구단체, 주민조직과 함께 분권실무 위원회를 운영하는 등의 실질적인 준비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시대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적 특색을 발현하는 정책을 자유롭게 마련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자기결정·자기책임 또한 명확해진다. 이를 위해 정책의 수립·추진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책임 있는 이행이 보장되어야 한다. 나아가 주민의 요구를 정책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한편 정책의 실효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주민이 요구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조례·규칙에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일선 공무원들에게 조례안의 기획, 입안(입법 사실의 수집, 제도설계), 법규심사 등 상당한 수준의 법적 지식이 요구될 것이다.
이처럼 지방분권의 진전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전반에 걸쳐 법무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내 법무조직의 신설·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다.

2003년 일본 지바현(千葉県)은 이른바, 지방분권일괄법의 본격적인 시행에 따라 현의 법무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헌청 총무부 소속 정책법무과를 신설하였다. 정책법무과는 문서심사팀, 문서관리팀, 정책법무팀, 법규심사팀, 송무반, 공익법인팀 등 6개의 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14년 기준 총 50명의 부서원을 두고 있다.

특히, 정책 및 조례의 기획·입안요원 5명, 법규심사요원 7명 등 총 12명의 정책법무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책법무과는 현의 각종 정책 및 조례를 기획, 입안하는 단계에서부터 종합적·통합적으로 법무를 지원하도록 하는 조직으로 2014년 기준 18개(신규 15개, 개정 3개)의 자치조례를 제·개정했으며, 정책법무과에 법률자문을 요청하는 건수 역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정책법무과는 각 부서의 법무를 판단·결정하여 하달하는 식의 종적인 업무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규팀이나 기획부서와 구별된다. 정책법무식의 법무지원은 “현장행정”과의 관련성을 긴밀하게 연결시켜 놓는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각 부서의 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을 횡적으로 연결해 놓고, 넓은 시야에서 조례안을 기획·입안할 수 있도록, 각 부서의 직원들로 구성된 협의체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지바현은 정책법무제도의 기본방향, 정책법무안건의 지정, 해당 안건에 대한 대응방향 설정, 조례안의 작성 및 기타의 방침에 관한 각 기관의 종합적인 조정을 실현할 목적으로 정책법무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정책법무위원회는 구성원 전체가 현청 각 부의 차장급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사실상 결정 권한이 없는 내부적인 검토위원회에 불과하다. 그러나 각 담당부서의 판단에 참고가 될 수 있는 폭넓은 의견 교환을 통해 각 부서의 정책을 보다 전문적인 법무능력을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심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지역대학의 법과대학 교수, 법률가, 전문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상시 협력하고 있다. 그 결과 정책법무위원회에서 다루어진 안건들은 대부분 부서 상호간 이해관계의 충돌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지바현 정책법무위원회의 사례는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법무 기능 강화 및 관련 조직의 신설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권사회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주체적으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TF를 구성하거나 부서를 넘나드는 탄력적인 부서운영 및 기타 부서 간 조정과 통합을 유도하는 다양한 방법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그의 실효성을 확보해가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부서가 연계되어 있는 조례·규칙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요컨대, 정책법무위원회의 활동은 분권사회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기 위한 정책의 결정방법, 각종 법무의 전문성 강화 등 지방자치단체의 자기결정·자기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이면서, 지방분권의 실질적 가치와 역량을 향상하는 행정혁신을 의미한다.

진성만
(사)한국지방자치법학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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