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권헌장은 장애인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인 ‘헬렌켈러’와 ‘오토다게’ 는 장애인이면서 자신의 인권을 지켜나감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준 훌륭한 사람들이다.「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의 저자 ‘오토다게 히로타다’乙武洋匡는 팔, 다리가 10센티도 안되는 선천적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늘 밝았다. 본인의 각별한 노력으로 일본 와세다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스포츠 기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가 쓴「오체불만족」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내 인생은 내가 만든다」,「꿈이 사람을 만든다」,「내 마음의 선물」등의 저서를 추가로 냈다. 그가 내한했을 때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그의 신체적 결함이 아니라 밝고 환한 모습 때문이었다. 힘든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희망과 용기를 내어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에게 적잖은 감동을 주었다.

영국의 장애인 ‘엘리슨 래퍼’Alison Lapper 역시 팔 다리가 없는 기형으로 태어나 생후 6주 만에 버려졌다. 일찍 결혼했지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헤어진 뒤 미혼모가 되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혼자서 아들을 키우며 예술종합학교와 부라이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여 구족화가, 사진작가로 우뚝 섰다. 이처럼 힘든 장애와 고난을 극복한 그녀의 삶을 글로 엮어내어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북돋았다. 그녀에게 끔찍한 운명을 극복하는데 신체적 조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운이 좋았다”며 “자신의 삶이 다른 이에게 영감을 줌으로써 하고자 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래퍼’의 성공에는 스스로 자신을 지켜내고 세상에 맞선 개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영국의 장애인복지정책과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한 몫을 한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이 땅에 사는 장애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부의 인식이 좀 더 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슬프거나 상처받아도 서로 위로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추구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어느 작가는 말했다.

오래전 어느 봄날,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리그 때 구경 간 일이 생각난다. 그 날, 1995년 미국에 입양된 장애어린이 ‘애덤 킹’군이 시구로 환호성 속에 개막을 알렸다. 그는 마이크로 “안녕하세요. 애덤입니다”. “희망과 용기를 가지면 모든 것이 이뤄집니다.” 철제의족에 양다리를 의지한 그는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뒤 공을 던졌다. 그는 중증 장애아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관중을 놀라게 했다.

잠시 김종삼 시인의 ‘어부’라는 시구詩句를 음미해 본다.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인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

우리는 삶의 거친 파도와 풍랑을 만나 찢기고 나동그라지며 넘어져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거센 파고를 지나고 나면 어느새 평화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잔잔한 물결 위에 서 있을 것이다.

이택룡
경영학박사. 세무사.
사회복지사. 수필가
김포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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