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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백비탕 <74>

허준은 신의(神醫)에게 비법을 전수받아 이름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더욱 실력을 늘리기 위해 용한 의원을 찾아 배움을 청했습니다. 공부를 위해 약방은 보름 정도만 열고 보름은 닫고 있었습니다. 빈 약방은 허준을 도와 약초를 써는 신참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나이 어린 신참 의원은 자신도 명의가 되고 싶어했지만, 처방은 어렵고 귓동냥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다급하게 약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문에 출타중(出他中)이라고 쓴 종이를 붙여 놓았음에도 쾅쾅쾅 요란하게 문을 두들겼습니다. 너무나 시끄러워서 약초를 말리고 있던 신참 의원은 문을 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밖에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남자가 급하게 묻습니다.

“급한 일이네. 선생님은 어디 계신가?”

“지금 출타중이십니다. 내일 아침에야 돌아오십니다.”

“그으래? 우리 집사람이 애를 낳으려는데 난산이네 그래. 어찌 방법이 없겠나?”

얼굴이 사색이 된 남자를 본 심부름꾼은 고민했습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조선조에는 세 명에 한 명꼴로 산모가 애 낳다 죽었습니다. 지금 산모를 그냥 놔두면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알았습니다. 저도 의학을 배우니 약을 지어 드리죠.”

큰소리는 쳤지만, 신참 주제에 약을 짓는다는 것은 어림없지요. 그래도 허준의 방에 들어가 의서를 꺼냈습니다. 며칠 전 산통으로 찾아온 산모를 허준이 처방했는데 갈피를 끼우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찾아보니 백비탕이라는 글자가 들어옵니다.

‘으엥? 가미 불수산이 아니었던가?’

산통이 심한 산모에게 불수산을 처방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백비탕(白沸湯)이라고 하니 놀랄 수밖에요. 백비탕은 곽란이라고 부르는 급체에 좋은 약인데 맑은 물을 여러 번 끓인 것입니다. 그러나 신묘한 의술을 지닌 선생님이니 백비탕을 쓴 것으로 짐작하고 말했습니다.

“얼른 집에 가서 맑은 물을 끓여…… ”

여기까지 말하다 멈췄습니다. 산모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 뜨거운 물 먹이라는 것이 의원답지 못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냇가에 가면 모양이 둥근 차돌을 찾아 넣어 끓이세요. 우리 선생님도 그렇게 하십니다.”

산모의 남편은 그 말에 총알이 튀어 나가듯이 뛰쳐나갔습니다. 신참 의원은 말은 이렇게 했는데 어쩐지 찜찜합니다. 그래서 다시 의서를 펴보니 가미불수산편에 또 한 장의 작은 쪽지가 끼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눈앞에 캄캄했습니다. 어설픈 처방으로 산모와 태아를 죽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밤새 고민하다가 아침에 산모의 집을 찾아 나서는데 어제 왔던 남편이 커다란 굴비 한 마리를 새끼줄에 꿰어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참 의원을 보자 남편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습니다.

“정말 신통한 비법이요. 차돌을 넣어 끓인 물을 먹이니 금세 출산하지 않겠소?”

하며 굴비를 건네주고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얼떨결에 굴비를 받아든 신참은 약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조금 있다가 허준이 돌아오자 신참 의원은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미불산이 아니라 백비탕을 처방했는데 아기를 쑥 낳았다는 말이냐?”

“네, 자갈을 넣은 백비탕입니다.”

신참의 말에 허준이 무릎을 쳤습니다.

“맞다, 냇가의 자갈이라는 것이 흘러내리는 물에 모서리가 깎인 돌이 아니겠느냐? 그러니 아기도 쑥 나온 것이지. 잘했다!”

이렇게 신참 의원의 엉뚱한 행동이 허준의 칭찬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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