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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영험한 주막집 딸 <68>

가문돌이 반갑다고 내 손을 잡는데, 어찌나 힘이 센지 손이 바스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 정도의 힘이면 돌미륵을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기회를 보아 돌미륵을 백마도로 옮기도록 약속하고는 하인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나는 최진사와 약속한 대로 돌미륵을 옮기는 이야기가 누설되지 않도록 당부했습니다.
하인과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나는 며칠 사이에 벌어진 엄청난 일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몇백 년 뒤의 미래를 보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인데 저승세계까지 눈앞에서 벌어집니다.
토정 선생도 그렇지만 염포교가 염라대왕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정확히 말하면 염라대왕이 빙의한 것이지만요.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는데 앞이 왁자지껄합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뺑덕어멈 주막 앞이더군요. 어린 계집종이 큰소리로 엉엉 우는 것이 보였고 그 옆에서 양반집 여인이 꼴사납게 삿대질을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뺑덕어멈도 맞대거리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싸움 구경은 돈 주고도 못 본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고 나도 그 틈에 끼어 싸우는 까닭을 들었습니다.
“아니, 비녀 장사꾼이 어디로 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말을 들어보니 양반 마님이 비녀를 잃었는데 계집종에 의심을 두고 족친 모양입니다. 비녀 장사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을 누가 보고 고자질해서 이곳으로 끌고 온 것입니다.

“엉엉엉, 마님. 아니라니까요. 그 아줌마가 이 동네에서 옥비녀를 살만한 집이 누구인가 물어본 거에요.”
내가 들으니 심부름을 하고 돌아가는데 비녀장사꾼이 붙잡고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양반 마님은 계집종이 비녀를 훔쳐서 장사꾼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추정하고 달려온 것입니다.
그러나 비녀장사꾼이 길떠나고 없자 뺑덕어멈에게 화풀이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뺑덕이가 앞으로 나서며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마님, 제가 그 비녀 있는 곳을 알고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면 마님께서 부끄러워하실 텐데요.”
그러자 울고 있는 계집종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소리쳤습니다.

“부끄럽긴. 도둑년이 훔쳐갔는데 내가 왜 왜 부끄러워해? 어서 말해! 어디로 갔어?”
뺑덕이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며칠 전 저녁 마님이 처녀 때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집 남자하고 으슥한 뒷밭 닥나무 숲 속에서 재미를 보지 않으셨나요? 그때 남자가 마님의 비녀가 걸리적거리자 뽑아서 세 번째 닥나무 가지에 꽂아 놓지 않았습니까? 누가 찾아가서 가져와 주세요.”
뺑덕이가 나를 보고 눈짓을 했습니다. 나는 급히 닥나무 숲으로 갔습니다. 몇 명의 남자와 여자도 뒤따라 갔지요. 그랬더니 정말로 닥나무 가지에 비녀가 꽂힌 것을 보았습니다.

얼른 집어서 가져오니 마님의 얼굴이 새파래졌습니다. 비녀를 찾은 것은 다행이나 이웃집 남자와 사통한 것이 드러났으니 얼마나 창피합니까. 도망치듯 사라지고 울던 계집종도 뒤따라 가버렸습니다. 나는 뺑덕이가 힘만 센 것이 아니라 신기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신통하다고 칭찬했지만, 주모가 얼른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나는 돌아가지 않고 안에다 귀를 기울였더니 뺑덕어멈이 딸을 야단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그럼 어떡해요? 어린아이가 불쌍하잖아요.”
“이것아, 그래도 그렇지. 앞일을 내다본다면 염포교가 가만 놔둘 줄 알아? 당장 사형이지.”
“그 사람이 눈치채기 전에 앞날을 훤히 볼 수 있어. 그때 피하면 되지 않아?”
딸의 대꾸에 뺑덕어멈은 쯧쯔쯔 혀를 찼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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