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탕을 먹으며
                      김순철

마음을 풀어주려 동태탕을 끓인다

그동안 많이 추웠지 와락 끌어안는다 꽁꽁 얼었던 몸 녹이려면 불을 세게 해야 한다 이미 쓸개도 부레도 없이 도막 난 몸뚱이 쑥스럽다 쑥갓 미안하다 미더덕 무우 무안하다 크게 웃어 대파 애간장에 다진 마늘 부드럽게 두부 한 모 매운 고추장 갖은 위로의 말 얼버무려 양념 넣는다 꽁꽁 얼었던 몸을 센 불로 녹인다

그동안 받았던 서러움 섭섭하다 부글부글 끓으면 소주 한 잔 건네고 받는다 미움과 원망이 녹아 매콤한 말들이 넘친다 그래그래 당신 맘 다 안다 그래도 어떡하냐 센 불을 낮춘다 얼큰해진 얼굴이 화끈했는지 이마의 땀을 닦고 얼른 눈물 훔친다

얼어 단단했던 말들이 뜨거운 열기에 녹아 살캉살캉 씹힌다 가시 돋는 대꾸는 그래그래 맞장구로 골라내고 그래도 살아야지 그러고 보면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진짜 속 깊은 맛은 내장에서 나온다 끓일수록 진한 맛에 공깃밥 하나 더 내놓는다 마다하면서도 잘 먹는다

내 온 생을 다 끓이면 이 맛이 나올까
얼큰한 동태탕에 속이 확 풀리는 날

[프로필]
김순철 : 서울 출생 , 2016 장애인 문학상, 경북일보문학대전 수상 외
[시감상]
매섭던 겨울의 끝자락이 저쯤 보인다. 이 겨울이 맺어놓은 인과관계를 모두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시 본문 중 ‘그래그래, 당신 맘 다 안다’라는 말이 어쩌면 삶의 진리 아닐까 싶다. 다 모르든 다 알든 중요하지 않다. 당신 맘 다 알려고 노력한다는 것, 다 안다고 표현한다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이향봉 스님의 말처럼 ‘살며 사랑하며 이해하며 용서하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내 온 생을 다 끓여내는 옳은 방법이다. 맛은 끓일수록 진하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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