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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저승세계 이야기<66>

으앗! 염포교가 염라대왕이라고요? 그래서 덕팔이 살인 현장에서 염포교가 염라대왕으로 보였던 것이었군요. 돌미륵은 덕팔이 숨겨둔 문서에 ‘풍문에 의하면 설공찬’이라는 글이 실려 있는 것도 염라대왕이 내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 꾸민 것이라고 하더군요.
포교일 때도 무서운데 염라대왕이라니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습니다.
“자네, 왜 몸을 그리 떠나? 추운가?”
“선, 선생님, 염라대왕이라는데 무섭지 않겠습니까?”
돌미륵의 입이 삐죽거리더니 토정 선생께서 나직하게 묻습니다.

“죽는 게 무서운가?”
나는 네, 무섭습니다. 하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반대의 말이 나옵니다.
“죽는 것이 무에 무섭습니까? 이렇게 살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 말은 진짜다. 이렇게 혹 달린 병신이요 숫총각으로 늙어가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죽으면 먼지처럼 싹 사라지는 게 아니라 토정 선생처럼 영혼은 살아남지 않습니까.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싹 가십니다.

“유교에서는 죽으면 흙이 되어 없어진다고 하지. 하지만 그게 다 헛소리야. 몸뚱어리는 썩어도 혼은 남는 것이지. 풍문! 죽을 때까지 좋은 업을 쌓도록 하게. 그래야 좋은 곳으로 가네.”
“선생님은 저승을 다녀보셨습니까?”
내 물음에 토정 선생은 머뭇거리다 대답하기를 자신은 죄수로 치면 미결수라 했습니다. 그래서 대기하며 심판하는 것만 지켜보았지 심판이 끝나 처벌을 당한 뒤 들어가는 저승 안에는 못 들어가 보았다고 했습니다.
대신 자신이 심판과정에서 본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맘껏 바람 핀 호색한이 있었지. 과부, 유부녀, 미녀, 추녀 가리지 않고 치마만 두르면 껄떡대는 놈인데 그놈이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게 되었지.”
염라대왕은 호색한에게 벌을 내리는데, 뜻밖이었다고 합니다. 생전에 그렇게 좋아했던 대로 마음껏 저승에서도 여색을 즐기라는 것이었습니다.
홀딱 벗은 여자가 끝도 없이 줄을 지어 있는데 그녀들은 길가에서 한번 보고 음심을 품었으나 잠자리를 못한 여자들이었다고 합니다.
뜻밖의 판결에 호색한이 너무나 좋아하며 맨 앞의 여자부터 차례로 성교했는데 열 명까지는 기분 좋게 했는데 숫자가 늘어날수록 몸이 지쳤지만 그만둘 수가 없었답니다.
계속 음심이 발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이 빠져 몸이 축 늘었지만 계속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 했습니다. 나체 상태의 여자가 끝이 보이지 않게 줄을 섰기에 지금도 하고 있을 것이라 합니다.

“여색을 조심하게. 인과응보가 있으니 말이야. 자네는 그런 벌을 받지는 않겠지만.”
살아 계실 때도 여색을 경계했던 토정 선생입니다. 뒤이어 도박하다가 죽은 명나라 사람의 말로를 말했습니다.
도박으로 힘들게 번 돈을 빼앗은 도박꾼에게도 염라대왕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도박해서 이기면 극락으로 보내지만 지면 곤장 열 대를 때리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도박이라면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그는 자신 있게 판을 벌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되치기를 당해서 곤장을 맞아야 했다고 합니다. 백 대 가량 맞아 엉덩이 살점이 묻어나는 것만 보고 왔는데 지금은 어찌 되었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휴~ 다행히도 저는 도박 따위는 안 합니다.

“염라대왕에게 붙잡히면 설공찬의 행방을 대라고 추궁할 거야. 하지만 내가 어찌 알겠나? 그러니 풍문 자네가 나를 보호해 주어야겠네.”
스승인 토정 선생님의 부탁을 어찌 제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OK이죠.
“큰길로 나가면 삭시로 가게 될 것이야. 그러면 누군가 만날 것이다. 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면 된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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