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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나는 누구의 구멍일까

나는 누구의 구멍일까
                        김완수

서랍 속에 버려진
지난날 전화번호 수첩을 펴보다가
낯선 이름을 발견한다
무심코 넘기다가 다시 넘기며
누구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몸, 그 어디에도 기억은 까맣고
뜯어지고 얼룩진 수첩만이 기억을 담고 있다
도대체 누구일까 백지처럼 하얗게 지워진 그,
살면서 스치고 지나는 것이 어디 그것뿐이랴
애써 변명을 하며
다시금 수첩을 넘기며 보니
또 있고 또 있다
나도 모르는 나의 과거
이렇게 좀이 슬어 구멍투성이라니
다이얼을 돌려 누구냐고 넌지시 묻고 싶지만
무어라 할 말이 없는 구멍
내 삶의 숱한 구멍 중의 구멍
그럼 나는 누구의 구멍일까

[프로필]
김완수 : 전남 곡성, 서울 예대 문창과, 작가세계 등단, 시집 [누가 저 황홀을 굴리는가]

[시감상]
살다 보면 문득 잊고 지낸 날들의 한 귀퉁이가 불쑥 나타날 때가 있다. 나이면서도 나 같지 않은 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나이만 먹었을 뿐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하면서도 분명 다르다. 그런 또 다른 나와 우연히 조우 하게 되면 묻고 싶다. 그때는 어떻게 살았니? 그런 질문을 한참 세월이 지나 또다시 되묻게 되는 나. 우린 과연 ‘지금’이라는 것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 시가 말해주고 있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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