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
                      송병호

녀석은 필시 격동의 시기에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생을 버린
억울한 영혼의 환생일 거란 생각이 든다
음침한 화단이나 주차된 자동차 밑
어둑한 그늘에서 느닷없이
불쑥 튀어나와 오금을 저리게 하고
날 선 검을 숨긴 자객처럼
살기가 번뜩이는 녀석과 맞닥뜨리는 순간
멈칫하던 녀석은 물러나지 않는다
꼬리를 내리고 인광처럼 쌍불을 켠다
느리게 뒷걸음치며 서서히 드러내는
피 묻은 발톱의 검
쏘아보는 눈빛이 섬뜩하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내지 못한
한 서린 눈빛은 어느 쪽을 응시하는지,
오늘도 아파트 화단 그늘진 구석에 버티고 앉아
혀끝 날름거리며 탐닉하는
생존의 피 맛
비릿하다
[프로필]
송병호 : 중봉문학상 우수상. 김포문학 대상, 현재 목사 재직 중,시집 [궁핍의 자유]외
[시감상]
밤에 길을 걷다 길고양이가 불쑥 튀어나오면 모골이 송연하게 섬뜩하다. 누군가에게 길러지다 버린 녀석도 있고, 처음부터 길고양이로 태어난 녀석도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를 자객으로 묘사한 시인의 생각이 무척 재밌다. 생존의 피 맛이라는 부분에서 삶을 본다. 생존이라는 명제 앞에서 비릿해지는 삶, 새벽의 인력시장에서, 퇴근길 늘어진 어깨에서. 우리네 삶의 모든 부분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진다. 생존이라는...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