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바이링구얼(bilingual:이중언어능통자) 자녀를 키우려면

보통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부모들의 경우 갓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우리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영어로 말하기를 기대하며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고려하지 않은 것이 있다. 과연 부모도 아이와 같은 언어를 쓰느냐 하는 것이다. 부모는 한국말로 계속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가 영어를 쓰기를 원한다면 아이는 언어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게 될까? 실은 그렇지 않다. 항간에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한꺼번에 가르치면 둘 다 제대로 못하는 혼란이 생길 것이다’는 설도 있지만 이것은 이중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하는 말이다. 이미 여러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어진 잘못된 이론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대략 230여 국가 중 약 6900개 정도의 언어를 쓰고 있으며 이 중 단일 언어 국가는 한국을 포함 몇 개국이 안 된다. 이미 세계 인구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2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필자가 살고 있는 미국의 경우만 해도 영어와 프랑스어, 영어와 스페인어, 영어과 중국어, 영어와 한국어 등을  바이링구얼 부모를 통해 많은 가정에서 다양한 언어에 노출이 되어 최소 3개 국어 이상을 쓰고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필자가 종종 학부형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빈번하게 질문을 받는 것이 “영어 한국어의 이중 언어 습득을 어떻게 성공할 수 있나요?”라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각자 담당 언어를 맡아서, 예를 들자면 아이가 아빠와는 영어로만, 엄마와는 한국어로만 말하게 하는 것이지만 이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은 부모에게도 엄청난 노력과 언어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기에 부모로서의 역할이 자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먼저 알아야한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가장 먼저 쓰게 되는 원서 내용 중 하나가 아이의 인종에 상관없이 집에서 쓰는 언어를 표시하라는 것이다. 이는 집에서 쓰는 언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조차도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언어는 언어 자체의 말과 쓰기의 기호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보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배워야하는 요소가 바로 정체성이며, 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속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 한국어의 이중 언어를 쓰는 아이라면 이 두 언어국가의 관습, 역사, 생활방식, 소통 및 표현방식을 동시에 익혀야만 비로소 그 언어를 정확히 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를 쓸 때는 한국인처럼, 영어를 쓸 때는 미국인처럼 자기도 모르게 행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 뿐 아니라 그에 맞는 상대적인 문화적 차이도 같이 가르쳐 주어야만 반쪽짜리 언어를 배우는 아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언어는 결국 커뮤니케이션

 골프, 태권도, 발레나 피아노 등 다른 스포츠나 음악 활동 등은 언어와 달리 부모가 전문지식이 없고 전혀 할 줄 몰라도 아이를 충분히 격려하는 것만으로도 잘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지만 언어교육만은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영어책, 동영상, TV를 틀어주는 등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완전한 바이링구얼이 되게 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에 사는 필자 친구의 자녀는 엄마가 한국인이고 미국인 남편과 한국말을 쓰지만 아이들과 한국어로 대화하지 않기 때문에 이 아이들은 한국어는 전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한다.
이유는 부모가 아이와 영어로만 대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Life and Reality’의 저자 Francois Gtosjean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 바이링구얼들은 모노링구얼(한 개의 언어만 사용하는)에 비해 노년기의 기억상실 치매나 알츠하이머에 걸릴 시기가 4-5년 이상 지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소통하는 부모, 노력하는 부모 그리고 배우는 부모가 되어 우리 자녀들이 스스로는 배우기 힘든 ‘이중 언어’를 선물해 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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