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설림 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노마식도는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뜻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경험 많은 사람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은 생각도 알지 못하고 슬기로운 사람의 지혜도 얻으려 하지 않으니 어찌 잘못이 아니라 하겠는가?

제나라의 국상 관중이 제 환공을 따라 고죽국을 치러 나섰다. 봄에 떠난 군사들이 겨울이 되어서야 철군을 하게 되었다. 그사이 너무 적진에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 탓에 제나라 군사들은 그만 길을 잘못 들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하고 갈팡질팡 방황하고 있는데 이때 관중이 나서서 말했다.

“노마의 슬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그 놈들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길을 잘 알아 우리를 잘 안내해 줄 겁니다.” 그러면서 늙은 말을 몇 필 골라 풀어놓고 앞장서서 걷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늙은 말들은 고스란히 봄에 왔던 길을 따라 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제나라 군사들은 무사히 회군하게 되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면 슬기롭게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 아무리 하찮은 사람도 반드시 뛰어난 점이 있어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할 일을 부여한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실패도 인사정책이라고 한다. 주변의 지인들 그리고 선거 때 도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도 없이 무리하게 기용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절대 권력은 쓴 소리를 잘 들어야 부패하지 않듯이 리더의 곁에는 ’예, 예’하는 백 사람보다 바른말 하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올바른 의견을 제시하여 판단의 오류를 범하지 않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진정한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인사는 전체 공무원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아첨과 줄서기를 통해 원하는 보직과 승진을 얻은 자는 잘못된 행정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개탄할 일이 아닌가? 그리고 이러한 인사는 기회주의 공무원을 양성해 일하지 않는, 눈치 보며 줄서는 공직사회를 조장할 뿐 아니라, 분열과 사기저하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번 임시회의가 끝나면 정기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선 걱정이 앞선다. 시정운영은 시장혼자서 불가능한 일이다. 각자의 쓰임새에 맞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인사를 할 때 지식과 실전이 결합하여 진가를 발휘하기에 경험을 갖춘 이들의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장을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데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으니 시스템이 움직이질 않는 것이다. 게다가 직원들은 국장 1년 하면 그만두는 걸로 알고 있다. 현재 2년 이상 된 국.소장이 한명도 없을 뿐 아니라 1년 이상도 보건소장 포함 2명밖에 없다. 그러니 승진하면 업무 파악하랴, 산하기관 갈 준비하랴, 명예퇴직이냐 공로연수냐 등등 많은 고민과 번뇌 등으로 업무추진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디 이뿐인가? 적절한 인사로 행정을 꽉 틀어쥐고, 직원들의 사기와 울타리가 되어주고 국. 소간의 협업 등을 통하여 시정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경륜과 덕망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하는 자리마저도 돌려 막기식 인사를 하고 있으니 컨트럴 타워가 없다, 책임지는 자가 없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인사문제는 지도자의 안목에 기인하는 것으로 인재를 몰라보거나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도 불상사라는 말이 있다. 특히 권력향배에 민감한 공직사회에선 줄서기와 일명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 김포호가 순탄한 항해를 위해서는 “노마식도”의 지혜를 깊이 인식하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안목과 혜안으로 통합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돈행
김포신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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