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도시철도 시승식 후기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김포도시철도 시승식을 마치고 나오면서 스친 어구다. 김포도시철도 개통은 김포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만큼 진행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도시철도에 따라 지역 위정자들의 정치적 부침이 갈리기도 했으며 주민갈등도 극심해져 지역 간 생채기가 생기기도 했다.

당일 도시철도 시승식에는 김포시 각 읍면동 기관장, 단체 대표들과 언론인들이 초대되었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그만큼 이 사안이 갖는 상징성과 관심도를 보여주는 면면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김포도시철도를 있게 하는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주인공들이 안보였다. 한강 신도시 총연합회 등 신도시 주민들과 대표단들의 모습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초대를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주최 측의 세심함이 아쉬운 대목이다. 2010년 지방선거 정국에서 신도시 주민들의 9호선 유치 주장에 맞서 ‘경전철 현실론’을 주장하며 극심한 논쟁을 벌였던 당사자로서 내가 갖는 감회는 남다른 면이 있다. 그러기에 과거의 논쟁이야 지난 일이라 하더라도 ‘고가 경전철’을 ‘지하 경전철’로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주인공들이 빠진 자리는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김포도시철도 추진의 역사는 복잡다단하다.
경전철 추진(민선4기 김동식 시장)-중전철 추진하다 고가경전철로 전환(민선5기 강경구 시장)- 9호선 중전철 추진, 지하경전철로 전환(민선6기 유영록 시장)을 통해 지금까지 왔다.
민선4기 김동식 시장이 경전철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선된 2002년도부터 따진다면 무려 15년의 세월을 돌고돌아 개통을 1년 앞둔 시점까지 온 것이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에서 ‘9호선 유치 실패 시 시장직 사퇴’를 내걸고 당선된 유영록 시장의 경전철 전환은 시정에 대한 깊은 불신과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김포시민 10만명 서명운동까지 전개했지만 주관적 열망만으론 객관적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 현실의 한계’란 무엇일까? 배후지가 바다로 막혀있고 남북 접경지역 특성으로 인해 도시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김포의 지정학적 현실을 말한다. 인구규모 자체가 운영수익구조를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혹자는 그거야 정치적 영향력으로 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결하는 것이 능력있는 정치인의 모습이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시철도 갈등기간 내내 김포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었고 중앙권력의 핵심부에 있었던 유정복 의원(현 인천시장) 조차도 이 사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포의 불운이라면 우리사회가 귄위주의적 개발독재시대가 마감되고 합리적 자본주의 시대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도시개발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밀어붙이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굴절이 있었지만 시대흐름은 정치논리보다 시장경제 논리가 우선하는 게 대세였다. 그에맞는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배후지가 취약한 김포의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 아프기만 하다.

김포의 두 번째 불운은 실사구시에 기반한 소통의 리더십이 없었다는 점이다. 9호선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은 당연하다. 하지만 리더들은 시민들의 열망과 별개로 실사구시에 기반한 현실적 냉정함과 대안을 갖고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주민들과 똑같은 열망에 휩싸여 중전철이나 9호선 유치구호만 외치다 주저앉은 민선 4기, 5기의 시정모습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근래들어 주민들의 열망에 다시 기름을 붓고있는 5호선 연장안 역시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로 힘을 모아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공학적 사고가 앞서 지역위정자들이 주민들을 앞서나가며 선동하는 모습은 경계할 일이다.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진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김포도시철도는 내년 11월 정식개통을 앞두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의정부 경전철 사례를 염두에 두며 운영수익 확보문제를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다행히도 김포는 신도시 입주민 부담금과 시비로 조달되어 건설과정에서 빚이 없기에 안정적 운영의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3분간격으로 운행되며 종점에서 공항까지 30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편의성도 강점이다. 하지만 2량 경전철의 출퇴근 시 승객 소화능력, 그리고 원도심 지역의 역사 출입구 제한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아울러 일반버스, 마을버스등 대중교통과의 원활한 연계문제도 면밀히 보완해야할 사안이다. 15년 넘는 시간을 돌고 돌아온 김포도시철도의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러기에 이 과정을 곰곰이 뒤씹어보고 향후 김포도시 발전에 반면고사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포의 새로운 발전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왕룡
김포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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