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의 감정

                              서안나

 

 

  홀수는 왜 왼쪽을 향하고 있는 걸까요
  왼쪽은 외로움의 기원입니다
  홀수들의 감정은 왼쪽에서 시작됩니다

  숫자를 처음 만든 아라비아 사내, 1이라 쓰고 앞발을 핥는 낙타의 혀처럼 순해졌을 겁니다 7처럼 닫히지 않은 고백이었을 겁니다 모래로 가득 찬 몸을 사막 쪽으로 기울였을 것입니다 사막을 건너 사막의 왼쪽에 닿은 1人이었을 겁니다

  당신과 내가 웃다가 쓸쓸해지는 이유는 사막처럼 1로 남는 홀수의 감정 때문입니다 1은 내성적이고 5마리의 사막 여우는 여전히 소심합니다

  나는 1에서 빠져나가려 말을 더듬는 1의 감정입니다 3처럼 뼈가 열리는 중입니다

 

 

[프로필]
서안나 : 제주, 문학과 비평 등단, 문학박사, 시집[엄마는 외계인] 평론집[현대시와 속도의 사유]외 다수

[시감상]
습관적으로 오른손을 사용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문득 왼손은 뭘 하나? 쓸데없이 궁금해진다. 어쩌면 시인의 말처럼 왼쪽은 외로움의 기원일까? 습관적이지 못해서? 자주 사용해주지 않아서? 역설적으로 짝수의 감정은 외롭지 않을까? 홀수는 왼쪽을 향하고 있다. 그 숫자 1부터 마이너스가 시작된다. 외로움의 감정을 빼고 빼내다 결국 남는 것은 상처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숫자 1의 감정이라도 남아있다면 천만다행이다. 홀로 숫자 0 이거나 (-)의 외로움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지 아니한가! 그대?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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