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직에 입문 할 때만 해도 3년만 다니고 다른 사업을 해보려고 하였으나 어느덧 3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퇴직이라는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년이 내년 년말 인데 왜 미리 그만두느냐 하시는 분들도 많았으나  간부공무원의 경우 1년 전에 명퇴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국장제도가 생기면서 아직까지 관행도 기준도 없이 운영되고 있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임금피크제가 정착 될 때 까지는 나름대로 과장급은 1년, 국장급은 1년 반이 적정하다고 판단하여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퇴임식 장소도 우리시 최초로 민의의 전당인 의회 본회의장에서 외부 인을 초청하지 않고 간소하게 노수은 위원장님의 멋진 축하공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옛말에 “초상에 호상 없다”는 말과 같이 모든 이별은 아쉽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회자정리라는 말도 있지만 거자필반(去者必返) 이라는 말도 있듯이 오늘의 작별이 마지막이 아니라 어디선가 다시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날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어느 곳에 있던지 스스로 주인이 되라는 “수처작주”의 자세로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을 일상화하며 오로지 앞만 보고 내가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길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 왔습니다.

의리와 신의를 중시하며 거짓말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때로는 업무적인 것도 있지만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많은 갈등과 고민도 있었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도를 걸어 왔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들 하는데 저는 공직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하며 차별화를 통한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 영혼을 걸어야 진정한 공무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환경만 찾고 지혜로운 사람은 그 환경에 나를 맞춘다는 성현의 말씀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시는 문화예술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가 살아야 그 나라가 살고 예술이 살아야 그 도시가 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며 마음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입니다.
축제는 어떻습니까? 축제 또한 그 지역의 문화를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문화예술의 꽃으로 또 하나의 복지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으로 지역의 정체성은 물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어렵지만 시행중인 제도를 없애거나 고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학처럼 서로 받을 수 없는 대안은 후에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존엄의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흐르는 물을 막으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듯이 흐르게 하면서 조절해 나가는 혜안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앙부처 및 인근 시에서의 “스카웃 제의”도 거절한 영원한  김포 인으로 36년간 몸 담아왔던 정든 공직생활을 뒤돌아보며 한 시대의 발전을 위해 같이 노력했던 선. 후배님들과 고마운 분들, 그리고 부족한 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과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제 마음속에 새겨진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그간 업무추진 과정에서 적당히 넘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마음고생하신 분도 계셨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까칠하다는 상사 분들 다 모셔봤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 편했습니다. 우유부단하지 않은 현명한 해법과 숨겨진 따스함이 있었고 한번 함께하면 끝까지 가지 않습니까? 본의 아니게 상처를 드렸다면 이 자리에서 모두 녹여주신다면 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질 것 같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열심히 일한 것은 남지 않고 인간관계만 남는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바라보는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취미생활도 하면서 언론인으로서 제2의 인생 새 출발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추후 후배 공직자들은 명예퇴직으로 고민 하지 않는 정년퇴직을 기대해 봅니다.

최돈행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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