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새로운 공동체 이야기 2

발달장애인지원네트워크의 '쿠킹클래스'

 ‘지적,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모임을 가지며, 베트남 이주 여성들이 검정고시 공부를 하는 곳, 고등학교를 자퇴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서평을 쓰기도 하고, 발달장애인 청년이 바리스타 실습을 하기도 하는 공간.’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다목적 공간이 김포에 있다.
김포 양촌읍 양곡리 1296-12에 위치한 이 공간의 이름은 ‘민들레와 달팽이’.
얼핏 보기에는 일반적인 카페의 전형처럼 보이나, 실상 이 곳은 기존의 카페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일 먼저 차별점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음료 결제 방식.
새솔학교 출신의 발달장애인 청년이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는 이 곳에서는 일반 카페와 비슷한 메뉴의 음료를 주문할 수 있지만, 음료 비용은 자그마한 통에 기부금으로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음료를 받고 자리를 잡아 공간을 둘러보면 또 한 번 기존 카페들과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벽면을 가득 메운 책장 앞에는 ‘발달장애인 자조 모임’에 대한 플랜카드가 부착되어 있고, 1층 공간 이곳 저곳에는 장애인 작가들의 솜씨좋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2층 다락방에는 발 뻗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집과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
살짝 둘러만 보아도 다양한 느낌이 나오는 이 곳, 이 공간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교류의 창’

민들레와 달팽이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준 민들레교회 목사는 공간의 이름이 곧 지향하는 바라고 말한다.
“‘민들레와 달팽이’는 낮고 느린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낮은 곳에 피어있지만 꽃으로 피는 민들레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꽃이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죠. 또, 장애인, 이주민, 학교 밖 청소년 등 우리 사회에서 다소 느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일하고 공부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민들레와 달팽이는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조력자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 파파스윌에서 경영하는 카페다. 장애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형성된 사회적 협동조합 파파스윌에서는 그 자체의 취지를 살리고자,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카페를 통해 발달장애인 청년이 바리스타라는 전문직업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바리스타 실습을 진행, 장애인복지권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7월부터는 파파스윌에서 새솔학교 출신의 발달장애인 청년을 고용한 것.

발달장애인 청년이 자신의 꿈을 펼치는 이 곳에서는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자기결정권’과 ‘당사자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마을을 지향하는 모임인 ‘발달장애인자조모임’이 진행되기도 한다.

순간 순간이 어려운 이들에게 일상을 선물하는 곳

이주여성 검정고시반

발달장애인들 외에도 이 곳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토요일 저녁, 이 곳을 찾는 이들은 베트남 이주여성들. 그들은 이곳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의 교류를 이루고 있다.

2016년 11월부터 베트남 이주여성 4명이 초졸검정고시를 준비, 올해 4월 시험에서 3명이 합격한 것. 현재는 중졸과정 4명, 초졸과정 2명이 공부하고 있으며,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7명이다.

이주민 검정고시 교사들은 어떻게 모여졌을까. 김 목사는 매월 둘째주에 진행되는 ‘문학 속 성경이야기’ 책 읽기 모임에서 검정고시 교사들이 배출되었다고 전한다.

검정고시 관련자들 외에, 고등학교를 자퇴한 청소년들도 일주일에 한 번 이 곳을 찾는다.
이 곳에서 책을 읽고, 서평 작성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민들레와 달팽이’는 이처럼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아, 만들어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곳이다.
매 순간이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라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 목사는 미소로 대답한다.
“매뉴얼 없는 가는 길이라, 항상 실험하듯 지나가고 있습니다. 실험의 결과를 할 수 없는 모험이 일상이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고, 성공에 대한 조바심을 제어하기도 어렵지요. 하지만 이 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람’을 이해하는 눈이 더 높아진다면 그것으로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고 봅니다. 장애인, 이주민, 학교 밖 청소년의 일상이 무엇인지, 비장애인과 내국인과 학교 안 청소년이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사회가 알면 좋겠지요.”

발전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이 곳 ‘민들레와 달팽이’. 수많은 이야기들이 현재진행형인 이 곳에서는 어떤 발전을 꿈꾸고 있을까.

김 목사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목표라 말한다.
“‘민들레와 달팽이’는 하드웨어를 구축하는데 공들이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을 환대하며, 환대받은 사람들이 생기를 호흡하게 되어,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면 그게 발전입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소통하며 비장애인들이 장애를 학습하고, 이주민들이 내국인들과 공부하며 내국인들이 다문화에 대한 소양을 갖게 되고, 학교 밖 아이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고 진로를 개척해 갈 수 있도록 오늘도 민들레와 달팽이는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 나아갈 것입니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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