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줌머인연대


“저녁 노을 뒤 붉게 물든 산, 넓게 펼쳐진 농지,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건네며 오늘도 김포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방글라데시를 떠난지 25년이지만, 여전히 고향에 살고 있는 기분입니다.”
양촌읍, 대곶면에 살고 있는 줌머인 123명.
총 33가구로 구성된 이들 가정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이들은 주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학생 자녀를 둔 장년층이다.
이들은 현재 김포시에 위치한 제조업 회사에서 숙련 노동자로 일하거나, 외국어 번역 서비스 업무(방글라데시어, 영어, 버마어, 인도어, 스리랑카어)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타지에서 20여년 가까이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오늘은 어떠할까.

줌머인 80% 양촌읍 거주, 맞벌이 가정 대부분

재한줌머인연대 설립자이자 사무총장으로 현재 재한줌머인연대 운영위원회 최고 고문직을 맡고 있는 나니 로넬 차크마씨는 “김포는 제 2의 고향”이라며 미소짓는다.
“줌머인의 80%는 현재 양촌읍에 거주하고 있어요. 여기 계시는 원주민분들과의 관계는 매우 좋은 편이에요. 함께 행사를 진행하시는 분, 시장을 오가면서 얼굴을 익힌 분 등 아는 얼굴이 대부분이에요. 스스럼없이 서로 인사하며, 갈등 없이 지내고 있죠.”

생활 환경이 불편이 없을 정도로 익숙해진 이들. 그들의 일상은 어떠할까.
“우리는 대부분 맞벌이에요. 여느 맞벌이 가정이 그러하듯, 우리도 주중에는 시간을 내기가 상당히 힘들죠.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는데, 그들 역시 자기 공부를 하느라 바빠요. 저녁에야 겨우 얼굴을 마주하지만 짧게나마 저녁 시간이나 주말 등을 이용해 이웃과의 교류도 이어가고 있어요.”

같은 민족이 대부분 양촌읍에 거주하고 있는만큼, 그들간의 교류는 상당히 친밀한 편이다.
“한국에 있는 줌머인들은 부근에 산다는 장점 때문에 사회문화적 접촉을 더 자주 할 수 있어요. 꽤 자주 모이는 편인데,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나 새 집 장만을 기념하기 위해서, 가족과의 결합 같은 특별한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모이곤 해요. 이외에도 줌머 여성이 특별한 요리법을 가지고 있을 때 음식과 부식을 준비해서 옆집 등과 나누는 관례도 이곳에서 잘 지켜지고 있죠.”

“가보고 싶은 곳 많지만 몰라서...”

이웃과의 교류가 좋은 만큼, 문화적 교류도 돈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들의 문화 생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문화생활은 사실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것 중 하나에요. 오히려 일상 생활은 자연스러워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는데, 문화 생활의 경우 조금 달라요. 주로 주말에 문화 생활을 즐길 여유가 주어지는데, 사실 문화적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죠.”

로넬씨는 줌머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문화 생활의 기회가 생각만큼 별로 없고, 현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소통이 활발하지 않으면, 문화 생활의 기회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죠. 정보 통로가 부족하다 것. 그것은 다양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어요. 김포에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김포의 명소로는 어떤 곳이 있는지, 그곳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아이들을 키우면서 농촌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지만, 생각일 뿐인 상태여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국인처럼 자라는 줌머 자녀들, 학원 중심 교육 진행

현장체험학습을 아쉬워하는 이들, 그들의 자녀 교육은 어떻게 진행될까.
“한국에서 첫 줌머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줌머 성인들은 그럭저럭 적응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미성년 줌머의 경우, 조금 다르죠.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헷갈려 하기도 하면서 한국의 주류 아이들과 같은 환경에서 그들처럼 자라고 있어요.”

로넬 씨는 한국문화 중 특히 교육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많은 줌머 아이들이 모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줌머 부모들은 아이들의 선택에 맞추려 노력중이에요. 다행스러운 것은 점점 아이들이 한국 교육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인데, 오히려 부모들이 교육 시스템, 언어, 문화, 지식 인식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있어 학원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죠.”

“지역사회와 문화적 교류, 또 다른 문화 낳을 수 있을 것”

주중에 맞벌이로, 자녀 교육으로 치열한 삶을 꾸려 나가고 있는 이들.
이들의 주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토요일에는 한국어 학습이나 아이들을 위한 초등 학습 프로그램, 컴퓨터 학습 같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 교육에 참여하는 것 외에 휴식을 취하던지, 주중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하거나 마트에 가곤 하죠. 사실 자녀가 거의 성장하였던지, 아예 어리던지 하는 가정이 많아 기회가 많이 없긴 하지만, 간혹 관광을 할 때도 있긴 한데, 대부분 김포가 아니라 제 2롯데월드, 에버랜드 등 잘 알려진 곳으로 가고 있죠. 그곳에 반드시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그곳이기 때문이에요.”

안내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엄마들에게 현장체험학습이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웃음지으며 말하는 로넬 씨는 “문화적 지식은 많이 없지만, 일반 시민으로의 느낌은 있다. 자랑스러운 김포 시민이지만 살짝 아쉬운 느낌은 있다.”며 그것이 거부감 문제가 아닌, 문화적 교류의 부족으로 느끼고 있다고 전한다.
“김포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이웃들도 있고, 외국에서 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사실 김포에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파주 임진각, DMZ 등 잘 알려진 곳만 가는 상황인데, 김포에도 많은 역사적 유물도 있고, 명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세계인 큰잔치를 제외하고도 김포에 다양한 축제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 축제에 참여해 본 적이 없어요. 기회가 된다면 지역의 다양한 행사나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서로 문화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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