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의 친구들 밴드 활동 회원들


# 행복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장기동 쌍용예가 사거리 앞에서였다.
당시 행복이는 두 마리의 큰 개와 함께였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큰 개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행복이는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된 행복이는 배가 고프고 추웠다.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이면 갈 곳 없는 행복이는 체념한 듯, 푸르지오와 월드 아파트 사이의 우체국 앞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런 행복이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본 장기동 한강신도시 푸르지오 주민들과 월드 아파트 주민들, 그리고 두 아파트 사이의 상가 사람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행복이를 챙기기 시작했다. 자기가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시키고, 먹이를 준비해 내밀기도 하며 행복이의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올해 5월, 행복이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한 뜻으로 ‘행복이의 친구들’이라는 모임이 형성되었고, 모임을 통해 행복이의 삶이 달라지게 되었다.

‘행복이의 친구들’ 54인,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도와주세요”

구출 후 행복이의 모습

장기동 푸르지오 아파트 주민들과, 장기동 월드 아파트 주민들, 그리고 그 사이 상가인들을 주축으로 형성된 밴드 ‘행복이의 친구들’의 현재 회원은 54명이다.
밴드의 닉네임으로만 서로를 인지할 뿐, 본명도, 직업도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그들의 관계는 특별하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마치 어제 만난 친구처럼 자연스레 행복이의 안부를 묻고, 행복이와 같은 처지의 유기견, 유기묘를 걱정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 목소리가 모아졌다.
“장기동 모담산, 운양동 인근에 생각보다 자주 유기견, 유기묘들이 보여요. 대부분 발견되는 아이들은 주로 어린 아이들로, 춥고 배가 고파 산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이에요. 저희가 인터뷰에 응한 것은 단순히 행복이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어린 동물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구출 전 행복이의 모습

구조에서 치료, 입양까지 ‘행복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시키며 행복이를 돌봐준 나석호씨는 행복이의 이름을 지어준 장본인이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거쳐, 이제는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죠.”
나석호씨의 바람처럼 행복이는 ‘행복이의 친구들’로 인해 현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지난 5월, 행복이의 친구들은 행복이의 안전을 위해 구조를 하기로 결심했다. 안전한 구조에 성공한 이들은 행복이를 인근 동물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진행했다.
아무런 병이 없길 바랬지만, 검사 결과 행복이의 상태는 심장사상충 2기.
안타깝게 여긴 행복이의 친구들은 행복이의 치료를 위한 모금을 진행하기로 했고, 치료비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 모아졌다.

그들은 동물 병원 몇 곳을 돌아 미치지 못하는 모금에도 치료를 진행해 주겠다는 병원을 찾을 수 있었고, 행복이는 현재 마지막 치료를 앞두고, 완치 판정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호전되었다.

행복이의 치료만큼, 입양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현재 행복이는 주얼리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이소정씨(장기동 거주)에게 입양되어 장기동에 거주하고 있다.
완치 판정을 받지 않은 만큼, 입양 결심이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빠른 결심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이소정씨는 행복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치료가 끝나지 않았지만, 더 이상 행복이를 혼자 둘 수가 없었어요. 행복이만큼, 저도 현재 행복이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김포, 동물 관련 지원 프로그램 없어.. 제도적 지원 마련되야

나석호씨는 행복이가 한 살 미만이었을 때 발견되었고, 큰 개와 함께 다녔던 것 등에서 엄마 유기견이 산에서 낳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한다.
“어느날 갑자기 행복이가 보였었거든요. 발견 당시 행복이는 아주 어린 강아지였죠. 생존을 위해 산에서 내려온 상황도 추측하고 있는데, 그만큼 행복이와 비슷한 유기견, 유기묘 들이 산 등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어요. 현재도 운양동과 장기동 일대를 다니는 소망이라는 유기견이 걱정하며 우리들이 돌보고 있는데, 이런 활동들을 진행하면서 유기견에 대한 제도적 지원들이 참 많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석호씨는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어도, 지원 프로그램이 없어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며 강조한다.
“다른 시에는 유기견 매칭 프로그램 등 동물 관련 지원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는데 반해, 김포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아요. 유기견 병원 검사 지원도, 시와 동물병원이 연계된 곳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모담산의 경우만 해도 잡목을 다 쳐버려서 작은 동물들이 살기가 어렵게 됐어요. 김포에 산이 별로 없잖아요, 할머니들이 도토리 따러 많이들 들어가세요. 동물이 나오면 무섭다고 신고하시고, 현재는 청솔모 등 다람쥐들의 먹거리도 없어요. 이제 더 이상 개발만을 고집하기보다, 보존을 함께 고민해 봐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 아닐까요?”

동물들은 점점 사라지고, 기관은 서로 ‘나 몰라라’

유기견 5마리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는 또 다른 멤버 황기선씨는 경직된 것에서 벗어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한다.
“김포가 낙후된 이미지, 폐쇄된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는데 이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소프트웨어적인 방안, 이를테면 문화적인 부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당장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동물들이 김포에 많이 있어요. 예전엔 김포하면 개구리 소리를 떠올릴 정도였는데, 지금은 개구리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유기견, 유기묘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죠. 산에는 작은 동물들이 살 수 없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이런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들이 제도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러 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고 구조 요청을 해 봤지만, 서로 자기 담당이 아니라고 미루거나, 길게는 4개월, 짧게는 일주일을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매번 기다리라는 말을 들을 뿐,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은 하나도 없어요. 오죽하면 주민들이 힘을 모아 동물들을 구조했겠습니까?”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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