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존(Free Zone)과 DMZ를 구분해서 생각할 때

김포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한강을 끼고 있으면서도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불안한 접경지역으로만 인식되어 한강 하구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다. 월곶면 조강리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강하구는 단순히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는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 지역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김포가 접한 한강하구는 정확히 정전협정으로 지정된 '한강하구 중립수역(Free Zone)'이다.

DMZ는 한국전쟁의 결과로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 전문 제1조에 의거하여 설치되었고,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쪽 2㎞ 지점을 남방한계선, 북쪽 2㎞ 지점을 북방한계선으로 하여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부터 강원도 고성군 동해안까지 이어진 동서길이 248㎞의 분단 비극의 상징이다. 이 지역 내에서는 민간행사와 구제사업을 제외한 어떠한 적대시설이나 적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고, 민간인과 군인을 막론하고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

이와 달리 '한강하구 중립수역(Free Zone)'은 DMZ와 함께 정전협정을 통해 지정되었지만 휴전선(MDL)·비무장지대(DMZ)·북방한계선(NLL)·남방한계선(SLL)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념과 의미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정전협정 제1조 제5항에 명시된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육상 분계선이 끝나는 만우리에서 임진강 물길과 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지나 조강을 거쳐 서해에 닿으며 강화도 서도면 볼음도까지 67km 구간이다.

정전협정문에 따르면 “한강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 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 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간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 첨부한 지도에 표시한 부분의 한강하구의 항행규칙은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를 규정한다. 쌍방 민간선박이 항해함에 있어 자기 측의 군사통제 하에 있는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받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양측 군사정전위가 1953년 10월 23일 열린 제22차 회의에서 채택한 '한강하구에서의 민용선박 항행에 대한 규칙 및 관계사항'에서 군사정전위의 허가 없이 군용 선박과 병력·무기·탄약을 실은 민용 선박 출입을 금지하고, 양측 모두 중립수역에서 쌍방 100m까지 진입할 수 없게 하였으며, 군사정전위원회에 등록한 선박에 한해서 중립수역 중앙으로 항해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순찰 목적으로 양측이 각각 최대 4척의 민정경찰용 선박, 24명을 넘지 않는 민정경찰 인력을 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상대편 만조 때 땅과 물이 경계를 이루는 선을 기준으로 100m 안으로의 진입은 금지했다.

위와 같이 현재 경기도 관할 구역 안에 있는 접경지역은 '한강하구 중립수역'과 'DM'로 엄연하게 구분되어 있으며 서로 적용 근거는 물론 설치 목적과 접근 방법 등 모든 것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껏 접경지역을 그냥 'DMZ'로 뭉뚱그려 생각하면서 같은 개념으로 해석하고 같은 방법으로 지원과 개발을 논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열린 2차 남북한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남과 북은 서해 공동어로 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한강 하구와 임진강 하구 수역에 공동 골재채취 구역 설정, 6·25 전쟁 당시 유해 공동 발굴 등을 합의한 바 있으며,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수자원·해양자원 공동이용,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남북경제공동체 등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포시는 유영록 시장의 재선과 함께 지난 2015년부터 '평화문화 1번지 김포'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 교류 및 상생을 위한 평화정책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신곡수중보를 해체하여 한강의 자연생태를 복원시키고 한강하구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들도 신곡수중보 철거 운동과 함께 '매향제'를 개최하는 등 조강을 비롯한 한강하구의 물길을 트고 남북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고 상생 평화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31일부터 6월2일까지 개최된 '제주포럼'을 통해 한강하구에 대한 공동생태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2006년 10.4 정상 선언을 통해 합의되고도 MB정부 인수위에서 재검토 발표로 중단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설치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재추진을 위한 동력이 점검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방정부에서 남북교류를 추진하거나 통일 관련 정책과 사업을 구체적으로 펼치기에는 역량과 함께 추진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나마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경우 지정학적 환경과 역대 도지사들의 의지에 힘입어 남북교류 협력 업무와 접경지역 발전을 전담하는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입장과 남북관계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긴장은 있을지언정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과 시·군에 대한 지원의 틀은 갖추어져 있다.

다만 프리존과 DMZ는 개념부터 다르기 때문에 과감하게 도청 조직의 명칭(DMZ정책담당관)을 변경하고 업무 내용도 명확히 구분하여 추진해야 한다. 획일적인 정책 대신 한강하구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고 중립수역에 대한 '맞춤형 특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김포시도 '평화문화팀'의 위상과 역할을 더욱 보강해 전담부서로서 남북교류와 협력,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평화문화 사업을 구체적이고 짜임새 있게 설계하고 추진하여야 한다.  

이제 김포는 '안보' 도시라는 이미지를 떨쳐 버리고 '평화' 도시라는 매력적인 옷으로 갈아입을 때다. 날로 성장하는 젊은 도시, 남북 화해와 교류의 전진기지, 세계평화의 발신지라는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으로 시민과 기업에게 활력을 주고, 각종 평화문화사업으로 '평화문화 1번지, 김포'라는 고유의 브랜드가 정착되면, 미래 통일 대한민국 시대에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조성춘
김포시청 교통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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