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제(張家界)를 다녀와서


장자제(張家界)는 중국의 대표적인 여행 도시 가운데 하나로 우링산맥의 중앙에 있다. 츠리[慈利]현, 용딩[永定]현, 쌍츠[桑植]현 등을 포함하며, 인구는 161만 4,500명(2006년 기준)이다.  BC 221년부터 도시가 시작되었으며, 대룡(大庸)이라는 지명으로 불리어왔다. 1988년 5월 지급시(地級市)로 승격되었고, 1994년 4월 4일 장자제시로 명칭을 바꾸었다.

워낙 자연경관이 뛰어나 1982년 9월 장자제가 중국 최초로 국가삼림공원이 된 뒤, 1988년 8월에는 우링위안[武陵源]이 국가 중요 자연풍경구로 지정되었고, 1992년에는 장자제국가삼림공원, 삭계욕풍경구, 텐쯔산[天子山]풍경구가 우링위안자연풍경구와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 필자가 제대로 관광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 하는 생각과 기대감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장자제 5박 6일 여행을 끝내고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며,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장자제의 대자연을 보는 순간 모든 고민과 근심이 사라졌다.  3억 8천만년 前 바다였던 곳에서 바닷물이 빠지며 육지가 되고 오랜 침식작용으로 3만 8천개의 엄청난 기암괴석이 솟아난 것이다.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과 표현을 할 수 없는 대자연의 향연이었다.  인간이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이곳은 바로 하나님의 작품이었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도 깨달은 여행이었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중국 국제항공 인천발 충칭행 비행기는 하늘을 향해 높이 비상하였다.  장가계에는 국제공항이 없어서 충칭이나 창사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번 패키지상품은 충칭으로 들어가는 여정이었다.  첫날, 충칭공항에 도착하여 관광버스로 갈아타고 여장을 풀 충칭 Sungo Hotel 에 도착하였다.  이튿날, 충칭을 출발하여 장자제까지 9시간의 버스이동을 하였다.  9시간이면 서울에서 부산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인데 중국인들은 잠깐 옆집에 간다는 표현을 쓴다.  

드디어 장자제 시내로 들어서게 되었고 출발 이틀 만에 첫 번째 관광지인 황룡동굴에 입장하였다.  석회암 동굴이면서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중간에 배를 타고서 이동하는 코스가 있는 매우 스케일이 크고 우아하고 멋진 동굴이었다.

장자제는 우리나라 말로는 張家界, 즉 장씨들이 사는 곳이다.  元家界는 원씨집성촌, 楊家界는 양씨마을이 아닌가?  장자제는 크게 3개 지구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천문산지구,  두 번째는 원가계·양가계·황석채의 대삼림지구,  세 번째는 대협곡지구이다.   천문산지구는 시내에서 가깝게 자리하고 있으며 천문산, 천문동, 천문산사가 있으며 귀곡잔도·유리잔도로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삼림지구는 영화 ‘아바타’의 촬영 모티브가 된 원가계가 있으며 그 유명한 백룡엘리베이터가 있다.   대협곡은 최근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최장 유리대교가 있으며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여행일정에 따라서 천문산, 원가계, 양가계, 황석채, 십리화랑, 대협곡, 유리대교, 보봉호수를 보며 장자제 세계자연유산 경관에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특히 천문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갑자기 솟아오르는 듯한 산봉우리들을 보며 감탄사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안개가 많이 끼어 대자연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안개 때문에 만길 낭떠러지인 귀곡잔도, 유리잔도, 유리대교를 태연하게 건널 수 있었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왜소해지고, 스스로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 같지만 이곳에서는 오십보 백보다.  스스로 겸손해졌다.

대협곡 유리대교를 관광하고서 계속해서 계단을 내려오는 트레킹이 이어졌는데 너무 가파르고 힘든 코스라서 거의 기진맥진했을 때,  더 이상 걷지 못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봅슬레이 같은 미끄럼틀 구간이 나타났다.  거기서 관광객들의 하의를 보호해주는 옷을 대여받고서 미끄럼틀을 신나게 타고 내려왔다.  참 기발하고 절묘한 아이디어다.  그래서 중국이 관광대국이며 “한번 이상의 감동”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다.  곳곳에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여 얼핏 자연을 파괴하는 것 같지만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자연파괴를 최소화하는 그들의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클락션을 울리는 것을 매너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추세이지만 이곳에서는, 추월해서 지나가거나 위험한 상황에서는 꼭 클락션을 빵빵거리면서 주의를 주는 자동차 문화가 있었다.   또한 빨간불인데도 거침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직은 교통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다.  시골인데도 불구하고 집집마다 방범창을 설치하고 있는 것도 매우 이색적이었다.  그러나 장자제도 이제는 시골이 아니라 대표적 관광대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 여행이 필자에게는 세상의 근심걱정을 잠시 잊게 하는 힐링여행이었으며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욕구를 들게 하였다.  그래서 “한번 이상의 감동”이리라

김형철
김포대학교 관광경영과
교수.
한국호텔관광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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