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의 동행

                     김부회


아이의 세상에는
여든여덟 개의 계단만 있었다
늦은 밤의 손가락이 희고 검은 계단을
올라갈 때면 여지없이 울리는
아래층 인터폰
“죄송합니다.”
여러 차례 오디션에 탈락한 애벌레가
숨어들어간 방에서 쿵쿵
애꿎은 계단이 얻어맞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날
새벽을 펄펄 끓인 어미의 해장국을
두어 숟갈 뜨다마는 그에게
“피아노는 손가락으로 치는 거야”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하얗게 머리 센 자폐아들이
그만큼 늙은 필하모닉 지휘자와 협연을 한다
주름투성이가 된 손이
낮은 음정의 박수를 친다, 어머니
그 긴긴 동행의 하모니
커튼콜이 울리고, 무대 아래
한 일이라곤
곁에서 손뼉만 치고 있었다며 손사래 치는
평생 청중의 짓물러 진 눈
속, 한 방울
말갛다

[프로필]
김부회 : 중봉문학상 수상, 모던포엠 평론 연재중, 시집 [시답지 않은 소리]외 다수

[시감상]
사랑이란 말의 의미 중에서도 어머니와 자식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사랑은 조건이 없고, 불편이 없고, 장애가 없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친절하며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하거나 우쭐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참으며 믿으며 견디는 것이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의 진실이다.

[글/ 시인, 문학평론가 김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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