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La voix humaine) 
장 콕토의 독백극

 

Telephone이 이 젊은 데뷰 가수에 어울린다면 이 작품은 소프라노 여주인공 혼자 연기하는 오페라로써 거의 은퇴를 앞둔 중년이상의 가수에게 적합한 오페라이다. 특별한 고음이나 기교보다는 사랑의 아픔을 드라마틱하게 적절한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노련함이 필요한 작품이다.

이 오페라 역시 무대장치로 전화와 침대 하나면 충분한 작품이지만 연출자의 노련함과 창의력이 절실하며 수많은 단막 오페라 중에 관객들이 천천히 상상하고 이해하며 적절히 감동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 필수요소인 수많은 단막 오페라 중에 가장 지적인 오페라라고 생각된다. Menotti 의 오페라의 여주인공 Lucy 를 통하여 우리는 젊고 싱싱한 마릴린 먼로의 웃음을 맛 보았다면 이 오페라에서는 그와는 정반대의 Film Noir의 불운한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얻게 된다. 과연 이 여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줄거리
그토록 사랑하던 두 남녀가 영원히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작별기회를 잡지 못했던 두 남녀는 마지막으로 전화로 작별인사를 하게 된다. 두 사람 중에서도  여인은 남자에 대한 열정과 후회와 분노가 가득한 말을 토해 낼 뿐 전화를 받고 있는 남자는 무응답이다.. 여인을 배신한 죄책감에서 일까? 여인이 대화를 중단할 때만 남자는 아직도 여인의 말을 듣고 있다는 듯이 전화기를 들고 있음을 표시한다.

때론 전화통화가 중단되면서 침묵의 시간도 여러 번 있었지만 두 사람 중 누구도 마지막 이별의 한마디를 먼저 꺼내지 못한다. 불신과 의심과 항의와 호소와 때론 거짓 냉담과 절망에 가득 찬 악다구니에 지친 여인은 그만 침대에 쓰러지고 만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소리 없이 연결되어 있는 전화기만 덜렁 남았다. 여인은 그제서야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을 것을 강요한다. 오페라는 여인의 비명과 거친 숨소리를 마지막으로 뿜어 내면서 여인이 땅바닥에 쓰러지는 것으로 끝난다.
 

 1959년 파리 Opéra-Comique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장콕토(원작 : Jean Cocteau)의 단막 드라마를 소재로 하였으며 이후에 Roberto Rossellini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다. (주연 여배우: Anna Magnani). Cocteau는 사람들 사이의 간접대화에 관심이 많았으며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전화로써만 마지막 이별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전화는 신의를 지키지 못한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좀더 냉소적인 입장을 취하게 도움을 주는 반면에 버림받는 여인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큰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

김현정
수원대 음대 교수
오페라 김포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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