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와 고양이
                  반칠환
 

마실 나갔던 고양이가
콧등이 긁혀서 왔다
그냥 두었다

전날 밤 늦게 귀가한
내 구두코도 긁혀 있었다
정성껏 갈색 약을 발라 주었다

며칠 뒤,
고양이 콧등은 말끔히 나았다
내 구두코는 전혀 낫지 않았다

아무리 두꺼워도
죽은 가죽은 아물지 않는다
얇아도 산 가죽은 아문다

[프로필]
반칠환 : 충북 청주,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집[웃음의 힘][누나야]외 다수

[시감상]
봄이 성큼 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낮 기온이 높다. 한두 그루 매화꽃이 피더니 지천으로 매화 향이 가득하다. 양지 바른 쪽의 목련의 활짝 개화했다. 생명은 늘 약속한 시각에 약속한 모습을 보여준다. 겨울 삭풍이 매서울 때는 정말 저 나무에서 꽃이 다시 피려나? 의구심도 매번 들었지만 4월이면 보란 듯이 잎을 달고 꽃을 피운다. 본문처럼 아무리 두꺼워도 죽은 가죽은 아물지 않고, 얇아도 산 가죽은 아문다. 무엇이 살아있는지? 무엇이 죽어있는지? 희망이라는 불씨는 여전히 안간힘을 쓰며 살아있는데 혹, 내가 죽은 가죽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봄에 조심스럽게 가슴 속 불씨 한 번 활짝 개화해 보자. 저 봄의 따듯한 햇살 아래.

[글/ 시인, 문학평론가 김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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