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년

                       김나영
 

 더 오를 데가 없다 높이 던져두었던 시선의 가장자리가 까맣게 오그라든다

  갈 길을 상실한 귀때기 너덜너덜한 담쟁이 높이를 잃은 사통팔달 난감하게 펼쳐지는 끝까지 가보지 않아도 끝이 보이는 뛰어내리지도 되돌아가지도 못하는 평평한 산

  무럭무럭 늙어가는 일에 연명하는 갈 데가 뻔한데 갈 때까지 가야 하는 살아도 살아도 가을과 겨울만 반복되는 눈을 떠도 감아도 눈꺼풀 위로 우우 몰려와 있는 길고 긴 우울

  발 닿는 곳마다 지루하게 이어지다 사라지는 원근의 소실

  가도 가도 고속도로 갓길 낮은 보폭으로 앞서서 설설 기어가는 속도를 상실한 수평의 연대


[프로필]
김나영 : 경북 영천, 시집[왼손의 쓸모][수작], 다층 동인

[시감상]
봄빛이 완연하다. TV를 켜면 먼 아프리카 어디의 가난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유니세프 공익광고로 자주 등장한다. 한 달 얼마의 금액이면 몇 명의 아이에게 영양식을 먹일 수 있다는 말에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게 된다. 어릴 적 보릿고개 시절엔 식은 밥 한 덩이가 귀했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넘칠 정도로 많다. 어쩌면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먹기 위해서 음식을 사는 것인지 버리기 위해 사는 것인지 모를, 천천히 생각해 보자. 한 달 몇천 원이면 저 멀리 어느 나라의 어린아이 몇 명이 기아에서 회생한다고 한다. 봄이다. 그 어딘가로 전화기 버튼 한 번쯤 눌러도 될 형편 아닐까 싶다.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글/ 시인, 문학평론가 김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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