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아침

                              윤관영

장사가 덜 된 것보다, 남은 밥이 더 화 난다

날아가지 않는 밥
첨부가 되지 않는 밥
밥은 맨손으로는 들지 못하는 뜨건 아날로그,
던진다고 저 검게 마른 아이들에게 가서 놓이는 게 아니다
한 달에 삼 만원이면 되는 유니세프
밥은, 아날로그
어머니가 싸고 싸 차에 실어주듯
비닐에 싸 버린다 멀쩡한 밥을
김은 첨부되지 않는다
영양가는 첨부되지 않는다
이 마음, 안달재신도 첨부되지 않는다
찰흑미를 섞은 이 김 나는 밥을 TV 속 아이에게
멕일 수가 없다
전화 한 통이면 내 목소리는 디지털로 바뀐다는데
삼 만원이라는데,
몇 아이를 먹일 수 있다는데

난, 그저, 꼽짝꼽짝, 어미처럼 싸서
버리는.

매일 버리는,

[프로필]
윤관영 : 윤상원 문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어쩌다, 내가 예쁜]외

[시감상]
봄빛이 완연하다. TV를 켜면 먼 아프리카 어디의 가난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유니세프 공익광고로 자주 등장한다. 한 달 얼마의 금액이면 몇 명의 아이에게 영양식을 먹일 수 있다는 말에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게 된다. 어릴 적 보릿고개 시절엔 식은 밥 한 덩이가 귀했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넘칠 정도로 많다. 어쩌면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먹기 위해서 음식을 사는 것인지 버리기 위해 사는 것인지 모를, 천천히 생각해 보자. 한 달 몇천 원이면 저 멀리 어느 나라의 어린아이 몇 명이 기아에서 회생한다고 한다. 봄이다. 그 어딘가로 전화기 버튼 한 번쯤 눌러도 될 형편 아닐까 싶다.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글/ 시인, 문학평론가 김부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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