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유골<28>

 

장돌뱅이 중에 누군가 나를 알아보았습니다. 조강포에서 재담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면서 도깨비에 대한 것을 알려면 재담 하나는 들려줘야 할 것이라고 농담을 했습니다. 나는 영사정에서 내려야 하지만 마포까지 갈 생각을 하고 재담 하나를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마포로 온 명나라 밀수꾼에게 들은 풍수 이야기입니다. 한나라 때 유명한 장군 곽거병의 출생에 관한 것입니다.”
내가 입을 떼자 장돌뱅이들은 둥글게 모여 귀를 쫑긋했습니다. 도깨비를 만날 기회인데 무슨 일은 못하겠습니까. 입만 나불대는 재담을 아낄 이유가 없지요.
“한나라에서 제일가는 지관이 있었는데 아들이 장가들 나이가 되자 욕심이 생겼습니다. 후손이 크게 될 명당을 찾아 나섰습니다.”

아버지의 유골을 파서 목함에다 넣고 전국을 방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일 년 가까이 헤매다 드디어 명당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명당이 있는 곳은 대저택 안이었습니다. 지관은 주인에게 친척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 하룻밤 신세를 지겠다고 부탁했습니다. 인정많은 주인은 객사에 묵도록 허락했으나 지관은 반대편의 건물을 가리켰습니다. 그러나 그 방은 낡아서 폐사된 곳이었습니다.
“주인어른, 저곳에서 묵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주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간청하자 허락했습니다. 지관은 유골이 들어있는 보따리를 움켜잡고 먼지가 쌓인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떡으로 요기한 다음에 자리에 누웠습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살며시 밖으로 내다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보자 손삽을 꺼내 침상 아래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회로 덮어져 있어 쉽게 팔 수 없어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아버지의 유골을 파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주인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가는 길에 산기슭에 도교의 우두머리인 천사(天師)가 나올 명당자리를 발견했습니다. 급히 발걸음을 되돌려 자신이 묵었던 집을 찾아가 하룻밤 유숙을 부탁하자 폐사로 안내했습니다.

지관은 다시 침상 밑을 파서 비단으로 싸인 목함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명당자리에 아버지의 유골을 묻었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손자가 태어났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지관은 손자를 안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장차 천사가 될 것이면 얼굴이 곱상해야 하는데 울퉁불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즉시 길을 떠나 예전에 묵었던 집을 찾았습니다. 주인이 지관을 알아보고 맞았습니다. 밖에서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마 전 손자를 보았다는 주인의 말에 지관은 아이를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들을 시켜 손자를 데려와 지관에게 보였습니다. 곱상한 얼굴이 분명 천사가 될 관상이었습니다. 지관이 말했습니다.
“손자는 장차 도교의 우두머리인 천사가 될 것입니다.”
그 말에 주인은 기뻐했습니다. 천사는 도교의 황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지관은 유골이 뒤바뀐 것을 알았습니다. 주인은 지관이 굳이 폐사에 머물려는 것을 수상히 여기고 그가 떠난 뒤에 방을 조사해서 유골이 묻힌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필시 이곳이 명당이라 묻었다고 판단하고 마침 이장을 하려고 수습한 자기 아버지의 유골을 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명당이니 같이 덕을 보자는 계산이었겠지요. 그것을 모르는 지관은 위에 놓인 것을 자기 아버지 유골인줄 알고 가져가 천사가 나올 명당에 넣었던 것입니다. 주인이 미안해하자 지관은 껄껄 웃으며 자기 손자가 천사는 못 되었지만, 명장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가 곽거병입니다. 내 재담이 끝나자 장돌뱅이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간단히 말했습니다.
“마송장이요.”

최영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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