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김포불교<3>
376미터 지혜의 산에는 문수사가 있다.

 

문수산(文殊山)에는 아흔아홉 골짜기가 있다. 문수골(文殊谷)은 그 중 하나다. 문수골에 문수사(文殊寺)가 있다. 문수산의 명칭은 신라 혜공왕 때 창건된 문수사에서 유래한다. 문수(文殊)는 문수보살(文殊菩薩)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전승되었다. 문수보살은 보현보살과 함께 비로자나불을 좌우에서 모시는 보살이다. 보현보살은 세상에서 구도자로서 실천하는 보살이며, 문수보살은 차별하고 분노하고 갈등하고 동요하는 마음이 일체 없는 지혜의 화신(化身)이다. 우리나라 3대 관음영지 강화(석모)도 보문사의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고통을 치유해 주는 보살이며 문수보살은 사람들을 깨닫게 하는 보살이다.


이러한 뜻을 갖고 있는 문수산은 지혜의 산이다. 함허득통스님(1376∽1433)은 문수(文殊)의 뜻을 묘수(妙首)라 했다. “문수의 지혜는 헤아릴 수 없어서 묘수라 하고 그 지혜(智慧)가 대중 가운데 으뜸이 되니 수(首)라 했다. 지(智)는 만행(萬行)의 선봉장으로서 일을 만들어 나가는 묘한 작용을 한다.(원각경 주해. 문수보살장)” 불교에서 지혜는 만 가지 일을 만들어 나가는 데 으뜸가는 것이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수도량으로는 오대산을 비롯하여 김포시 문수암, 삼각산 문수암, 옥천군 문수사, 서산시 문수사, 김제시 문수사, 익산시 문수사, 고창군 문수사 등이 있다고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문수사에서 유래하는 문수산의 명칭이 뜻하는 지(智)를 유교(儒敎)에서는 오상에 포함하고 있다. 즉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라고 하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중에 지(智)다. 오상(五常)은 영원히 변치 않는 도(道)라고 한다. 지(智)의 상징성을 오행과 오상에서 살펴보기 위해 동서남북중앙에 놓고 표시한다. 서양과는 방위 개념이 다르다. 사람이 앞을 보고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에서 왼쪽은 동(東)쪽이고 오른쪽은 서(西)쪽이다. 머리는 남쪽으로 보고 발끝은 북쪽으로, 가슴을 중앙으로 방향을 정하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음양오행과 오상에서 동쪽에는 목(木)을 두고 仁을 상징하며 서쪽은 금(金)을 두고 의(義)를 상징한다. 남쪽에는 불(火)를 두고 예(禮)를 상징하며 북(北)쪽에는 물(水)을 두고 지(智)를 상징하며, 중앙은 토(土)를 두고 믿음(信)을 상징한다. 사방(四方)에 두고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바탕이 되는 것은 중앙에 두고 있는 信이다. 북쪽은 오행에서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이며 보이지 않는 지혜의 자리다. 물과 같은 지혜의 상징성과 의미를 더하기 위해 사계절을 덧붙인다. 동(東)은 사계절 중 봄이요 남(南)은 여름이다. 서(西)는 가을이며 북(北)은 겨울이다.


동쪽의 봄은 만물이 새싹을 돋고 세상에 나오는 계절로서 만물을 낳는 仁에 해당된다. 서쪽의 가을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는 것처럼 뿌린 대로 거둔다. 봄에 콩을 심어 놓고 팥을 심었다고 거짓말을 하면 가을에 들어난다. 그래서 가을에 義를 두었다. 북(北)은 겨울이다. 겨울은 모든 것을 땅 속으로 갈무리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지혜(智慧)도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智)를 겨울에 둔 것은 자연의 이치를 따랐다.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산은 대한민국의 북쪽, 남북 접경지역에 있으며 한남정맥 끝자락에서 남북을 바라보고 있다. 문수산(376m)은 신동국여지승람(중종 1530년)에 비아산이라 했으며 비아산에는 문수사와 흥룡사(興龍寺)가 있다고 한다. 문수산 아흔 아홉 골짜기 중에서 문수사는 문수골에 있으며, 흥룡사는 흥니골(흥룡골)에 있다. 문수사(文殊寺)는 신라 혜공왕(758∼780)때 창건되었다고 하는 이야기와 876년(신라 헌강왕 재위875~886년)에 창건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후에 광해군 1613년에 도욱(道旭)스님이 중창했으며, 순조 1809년에는 광선(光善)스님이, 1936년에는 남성(南星)스님이 중수했다. 1954년부터는 개성에 있는 장단군 화장사에도  계셨던 벽응스님(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범음 범패기능 보유, 2000년 열반)이 주석하였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고구려 372년(소수림왕 2)에 전진의 왕 부견이 사신과 함께 순도스님을 파견하여 불상과 불경을 전했다고 하며, 백제는 384년(침류왕 1)에 동진의 마라난타가 백제왕실에 전했다고 한다. 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것은 527년 아차돈의 순교가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문수사가 신라 혜공왕 때에 창건되었다고 하는 것은 신라에 불교가 전래되고 200년이 지난 후다. 김포에 불교가 들어온 것은 1200년이 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지혜 산(문수산 文殊山), 지혜계곡(문수골 文殊谷)에 있는 지혜도량 문수사(文殊寺)는 김포에 처음 세워진 절이다.

정현채 
사단법인 지역문화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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