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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 이야기] 명당을 알려준 벌<27>

명당을 알려준 벌<27>

환갑잔치에서 화려한 저녁상을 받은 나는 다음 이야기 준비를 했습니다. 삼십 년 전에 돌아간 소세양 판서 집안의 이야기입니다. 실화라서 말하기가 약간 거북했지만, 김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셨던 분이라 말했습니다. 듣는 분들도 실감이 날 것입니다.

“소세양 삼형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묘를 쓰기 위해 이웃에 사는 지관을 찾아갔습니다. 신통하기로 이름난 지관은 명당자리를 잡아 주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지관의 말과 행동에 수상함을 본 큰 형 소세양이 막내를 시켜 뒤를 따르게 했습니다. 지관이 방에 들어가자 부인이 그 자리가 명당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땅이 명당이긴 한데 알려주면 내게 죽게 되었어. 그래서 남쪽으로 몇 자 떨어진 곳을 명당이라고 속였지.”
막내가 얼른 돌아와 형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북쪽으로 묘자리를 옮겨 파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지관이 급히 말을 타고 달려와 말렸습니다.
“제가 알려준 명당을 옮기면 집안이 망하니 절대로 옮기면 안 됩니다.”
소세양이 대답했습니다.
“어젯밤에 지관이 부인에게 말한 것을 알고 있소.”
그러자 지관이 얼굴이 새파래져서 실토했습니다.

“이 아래에 큰 벌 세 마리가 있는데 날아 나오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한 마리를 놓치면 한 분이 벼슬을 못하고, 두 마리를 놓치면 두 분이 벼슬을 못하고 저 또한 죽게 됩니다. 그러니 제가 집에 돌아갔을 때 묘혈을 파 주십시오.”
소세양이 허락하자 지관은 말에 타서 급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한 시각쯤 지나 지관이 집에 들어갔을 즈음 묘혈을 팠습니다. 정말 커다란 돌 아래 큰 벌 세 마리가 있었는데 크기가 모두 주먹만 했습니다. 즉시 돌을 덮으려 했지만, 미처 덮기 전에 벌 한 마리가 날아올랐습니다. 윙하고 날아간 벌은 지관의 집을 향했습니다. 그때 지관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됐다!”
지관이 말에서 내려 문에 들어서는데 벌이 지관의 뒤통수를 냅다 쏘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명당자리를 알려준 탓에 집 잃은 벌에게 지관은 죽음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소세양과 동생은 모두 높은 벼슬에 올랐으나 막내는 끝내 천덕꾸러기로 일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재담을 잘했다고 준 면포를 안고 배를 타고 조강을 통해 한강으로 내려왔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역병에 걸려 돌아가셨기에 화장해서 한강에 뿌렸습니다. 매장했더라도 명당을 찾아 묻을 수 없었고 돈이 없어 공동묘지나 썼을 것입니다. 몇백 년 후에 우리 후손들은 명당에 관심이 있을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갑판에 누웠습니다. 오늘 꿈에는 무엇이 나올까?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이제 몇백 년 후는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얼굴에 칼질해서 바꾸는 성형수술은 딱 질색입니다. 수술칼로 쓰윽 한번 대면 톡 하고 떨어질 혹입니다. 그러나 내 몸은 조선 시대 중기에 와 있습니다. 내년 음력 4월에 왜군이 쳐들어오는데 그때 살아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심란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있을 때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던 장돌뱅이가 손짓 발짓하며 떠들었습니다. 

“아, 도깨비짓이 틀림없다 그러네. 어떻게 물건이 붕붕 날아갈 수 있는가? 도깨비가 훔쳐간 거야.”
그 말을 들으니 요즘 장터에서 놓아둔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장돌뱅이 틈을 헤치고 들어가 그 장터가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느닷없는 말에 장돌뱅이는 내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입을 꽉 다무는 것이었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최영찬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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