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벽

         임경순

 

백운대 인수봉 사이
간절함이 숨어있다
여름 끝 가을 문턱 사이
그리움이 숨어 있다
깊은 계곡 징검돌 사이
망설임이 숨어 있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사이
긴 포옹이 숨어 있다
칡꽃 달맞이 꽃 사이
짧은 입맞춤이 숨어 있다
앙상하기 그지없는 나무뿌리
무엇을 들킨 것인지
심장 속 응어리로 박혀
숨쉴 때 마다 결린다
바람에 살점 물어뜯기며
까마득히 숨어 있는
저 벽의 침묵

 

 

 

[프로필]
임경순 : 경기 김포, 시문학 등단,
김포문협 회원, 시집 [숨은 벽]

[시감상]
봄이 성큼 다가온 듯 3한 4온의 날이 되풀이 된다. 겨울을 견딘 나무의 뿌리에서 여린 망울들이 하나둘 움트고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인고의 시간은 곧 잎을 달을 것이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생명이 잉태하기 까지 수많은 침묵의 시간이 지나갔고 산은 그 모든 시간을 제 품에 품었을 것이다. 때론 간절함이, 때론 망설임이, 삶의 소리들을 품은 산과 산의 계곡을 둘러 감싼 벽과 벽 사이 숨어 있는 그 침묵의 의미를 천천히 들여다보자. 벽은 때론 벽이 아닌 매서운 겨울을 지켜주는 따듯한 포용의 크기를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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