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관흑묘백묘(不管黑猫白猫),
착도로서(捉到老鼠) 취시호묘(就是好猫)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송명철
통진신협 전무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등소평이 1979년 미국방문 이후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고양이 빛깔이 어떻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제일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선부론(先富論)과 함께 등소평의 경제정책을 가장 잘 대변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은 1980년대 중국식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고, 등소평의 이러한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중국이 비약적 경제발전을 거듭했음은 우리가 흔히 아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흔히 실용주의라 평가받는 등소평의 노선은 경제는 흑묘백묘식, 정치는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정경분리 정책을 통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중국식 사회주의를 탄생시킨 것이기도 하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정치인을 꿈꾸던 내가 시장경제의 첨병인 금융인으로 살게 된 것은 아이러니기도 하지만 나름 실용의 가치를 지향하던 나의 선택이기도 했다. 사회주의를 성공시키며 6억 명의 인민을 해방했던 모택동은 50년대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수천 명의 농민이 사망하자 문화대혁명을 일으킨다. 그의 욕망이 저지른 문화대혁명은 결국 중국을 대혼란의 와중으로 몰아넣으며 막을 내렸지만, 덕분에 저우언라이에 의해 복권된 등소평이 주도권을 잡고 경제실용노선으로 12억의 인민을 경제적으로 해방시키며, 중국의 오늘을 이끄는 계기가 되었으니 역사는 공정하다.

중국을 살린 등소평이 추구한 ‘흑묘백묘론’이 내 젊음의 이상과 만나 따뜻하고 합리적인 정치경제적 실용의 가치를 형성했을 때, 내 사고의 원천인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 창달의 가교가 되리라는 신념이 탄생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바탕이 1850년 독일에서 시작된 신용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의 경제사회적 제일주의의 ‘신협운동’을 수호하는 지금의 나의 삶과 비전을 갖게 한 계기가 된 것이니, 내 존재에 있어 ‘흑묘백표론’이 전해 준 철학은 남다른 의미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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