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평화문화의 관점으로 바라보자

 

저출산, 인구절벽, 고령화 등의 이슈가 사회 한편을 장식한다. 그만큼 저출산 문제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저출산은 그저 사람들이 아이를 예전에 비해 많이 낳지 않는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감소, 투자 위축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요즘 지자체는 출산장려금부터 육아지원금 등 정책 앓이로 고심 중이다. 이번 대선 후보들도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워킹맘 근무시간 단축 및 육아휴직 기간 확대 등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김포시 또한 올해 증원되는 공무원 인력 배치 우선 검토 분야 중 ‘저출산 대응’이 포함되어 있다. 김포시의 출산장려 지원사업은 출산축하금과 신생아 건강보험료 지원이 있다. 출산축하금은 첫째, 둘째 출산시 각 5만원, 셋째아 이상부터는 100만원과 신생아 건강보험료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경기도 차원에서 시행하는 '경기 I-PLUS카드'가 출산장려 지원사업이다. 지자체 수준에서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신도시 개발로 외부 유입인구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포시가 저출산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딱히 인식되지 않지만 분명히 제시하고 싶은 내용은 있다.
저출산 대책은 단순히 출산 지원금 얼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변의 그 누구에게 물어도 출산 지원금 5만원을 받자고 아이를 낳을 것도 아니요, 100만원 받자고 셋째를 낳을 것도 아니다. 그저 아이를 원하는 사람이 출산을 하고 그 지원금을 받는 것이다. 고로 소액의 출산 지원금은 저출산을 해결하는 적극적인 해결방안이라 할 수 없다. 지자체가 의례 할 수 있는 일련의 소극적 생활복지혜택에 불과한 것이다.

 

저출산의 이유로 가장 큰 순위를 차지하는 것이 경제적 부담이다. 아이 한명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드는 비용이 평균 3억876만원이라는 통계 결과도 있다. 월 200만원을 12.86년 동안 모아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20대 중 33.8%가 ‘출산계획이 없다’고 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여성가족부 ‘2015 가족실태조사’). 아이를 돈으로만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가족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부모 둘 다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맞벌이 하지 않으면 애 키우며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사회가 이렇게 변했는데 우리가 처한 현실은 어떠한가? 여성의 학력신장과 사회참여로 여성들도 일을 하는 게 당연시 되었지만 여성에게 이는 이중고가 되는지도 모른다. 달라지지 않는 가정문화와 사회분위기라는 벽이 있기 때문이0다.

 

출산을 고려할 때 고민해야 하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육아를 맡아줄 주양육자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주양육자는 보통 엄마나 조부모가 되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엄마의 모성애가 부성보다는 강하다는 인식 혹은 여성은 집안일과 육아를 남성에 비해 더 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남성들의 육아휴직은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이며 여성의 출산 및 육아 휴직 정책은 아직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경력단절 여성이 되는 가장 큰 이유도 육아에서 비롯되기 일쑤다. 얼마 전 ‘미싱: 사라진 여자’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주인공은 출퇴근 시간이 불규칙한 일하는 엄마이다. 보모와 아이가 갑자기 사라져 중요한 행사 자리에 늦게 나타나게 되고 상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애가 아파서 늦었다며? 내가 이래서 애 엄마들하고 일하기 싫어요. 돈 주고 지 새끼들 사정까지 봐줘야해?’ 고용주의 입장에서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듣는 이에게는 상당히 폭력적인 말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출근해서 ‘애 때문에 먼저 가봐야 합니다’로 끝나는 워킹맘은 상사와 주변의 눈치를 견디지 못하면 사표를 써야 하는 것이고 남성이 육아 휴직을 신청하면 복직에 대한 불안감과 집안일을 하는 남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

전업주부로 육아를 책임지는 부모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들의 삶 또한 녹녹치 않다.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가사노동과 종일육아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과 압박감이 생긴다. 사회적 고립감 또한 느낀다. 맘충이라는 단어로 인터넷이 시끄러운 전쟁터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단어로 낙인되는 아이 엄마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전업주부들이 아이를 기관에 보내면 불성실한 엄마라는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기관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개인의 상황에 따른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공격과 비하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삶을 평화롭지 못하고 갈등으로 물들게 하며 그룹간의 안보이는 벽을 만들게 한다.

 

저출산의 원인은 경제적 이유가 되었던 사회적 인식이 되었던 한마디로 아이 키우기 힘든 환경과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아이 한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모두가 사회적 지지를 보내고 육아를 지원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출산과 육아에 당면한 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은가?
어느 계층이든 연령이든 다 같이 협력하여 어울려 살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시민의식의 출발이며 마을 사업의 기본 아니던가? 일본에서 시행한 사업의 예에서 이러한 것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요코하마시 스즈키 구(横浜市都筑区)의 도시 재생기구(UR) 단지에서 지역 내 육아를 서로 돕는 시범 사업이 시작되었다.
주민들이 그룹을 구성해 아동들의 픽업 및 임시 돌봄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사업이다. 이는 '독박 육아를 막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육아의 환경을 개선하자는 의미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업도 김포시에서 시행해 볼 만하지 않을까? 육아휴직이 법제화 되었지만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체에서 대체 인력을 구하는 등의 문제도 고용주의 입장에서 바라봐 주어야 할 것이다. 저출산에 당면한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하는 진짜 이유가 바로 이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불합리한 노동환경, 가부장적인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 부포세대는 늘어만 갈 것이다.

 

평화문화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우리는 전쟁·안보·통일·다문화 같은 거대 담론만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화문화는 정작 우리 삶의 조밀한 부분에서 뿌리 내려서 시작된다. 개인의 평화로움이 모여 마을의 평화를 이뤄내고 타인에 대한 열린 마음이 문화의 다양성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일상 속에서 정착된 평화야 말로 진정한 평화문화일 것이며 그것이 김포시의 미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다면 김포시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점을 물리적인 지원정책을 넘어 평화문화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과 지역 자원이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정책 및 교육정책을 구상해 내야 할 것이다.

 

이희
세계시민리더십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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