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학점 교류 등 연합 시도
학문 경계 무너지고, 강사 공채 진행
전공 중심주의 탈피, 협업 체제 주도

한국형 무크(출처 : K-MOOC)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말한다’ 기사를 연재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변화가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빠르고 크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의 교육 역시 달라져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초, 중, 고등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직업 선택의 시점과 근접한 교육기관인 대학에서는 어떤 변화를 맞고 있을까.
본지에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는 대학의 모습에 대해 살펴보고자, 현직 교수이자 ICT 목표 카운슬러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용 한국컴퓨터학회 이사의 의견을 들어봤다.

대학 내 위기감 고조.. 변화 필요성 대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내 대학의 변화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기자의 질문에 이 교수는 “국내 대학이 현재 1주기 대학구조 평가를 마치고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소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 내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가 최선이라는 분위기 속, 대학가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에 주목,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비교해 보는 것도 하나의 대학 선택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서울 지역 대학, 상호 학점 교류 협정.. 대학 간 경계 무너지나

이 교수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대학의 변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다보스포럼이 개최되고, 알파고와 이세돌간의 대결이 주목받았던 시기이자 3차 산업혁명의 대부 엘빈 토플러 박사가 사망한 해. 2016년에 대학의 변화 역시 가시화되기 시작하였죠.”

첫 번째 변화는 2016년 1월, 서울지역 대학총장들의 모임인 서울총장포럼에서 생겨났다. 22개 대학이 상호 학점교류협정을 맺은 것.
“상호 학점 교류협정을 맺은 22개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제외)은 130학점의 졸업학점 중 최대 절반을 타 대학에서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죠.(물론, 한 학기에 교류할 수 있는 최대학점의 제한은 있다.)

이러한 변화는 왜 생겨나게 된 것일까.
“대학은 소규모, 중규모, 대규모 대학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죠. 수직적, 물리적 융합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학의 가장 큰 무기는 ‘어떤 대학이 학문의 큰 범위를 융합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느냐’이죠.”

이 교수는 서울총장포럼의 협정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지역 4년제 대학은 총 47곳입니다. 그 중 특수목적대학과 소위 말하는 SKY대학을 제외하면 30곳 정도의 대학이 있죠. 그 중 22개 대학이 상호 학점 교류 협정을 맺은 것입니다. 이는 상당한 변화로, 현재 국내 대학이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지방대학, 거점대학 중심 연합 체제 묶일 가능성 높아

그렇다면 지방대학의 경우 어떠할까.
이 교수는 서울지역 상호 학점 교류 협정보다 더 놀라운 것이 지방국립대학의 변화라고 말한다.
“2016년 7월, 거점 국립대학 총장협의회에서는 국립대학 연합대학 체제 구축 제안이 나왔습니다. 지방의 거점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진행하고, 인근 국립대학들을 연합체제로 묶는 방안인 것이죠.”

이러한 변화에 서울총장포럼에서는 올해 역시 또 한 번의 변화를 선언하게 되었다고 한다.
“올해 2월 14일, 서울총장포럼에서 연합대학의 구체적인 안을 발표했어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SKY 중 한 대학도 참여하고, 전체 참여 대학도 32개 대학으로 확대되었죠. 즉, 특수 목적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참여하였다고 보면 되는 것이죠. 이뿐 아니라, 서울시도 참여, 시에서 10억원을 지원하여 학점교류와 서울 시민을 위한 강좌와 학점을 고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대학의 개념이 평생교육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죠.”

연합, 융합이 일상화되는 대학

대학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연합’을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3차 산업혁명 이후, 대학의 대부분 학과는 융합이었죠. 이제는 물리적, 수직적 융합을 준비하고 있는데, 제가 소속되어 있는 컴퓨터 학과만 해도 그러합니다. 교과 과정을 살펴보면 어떻게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죠. 컴퓨터 동작이 기초가 되는 이산수학, 하드웨어를 이해하기 위한 전자공학, 소프트웨어로 동작하는 통신,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기 위한 산업공학적 요소, 기술적 요소를 적용하기 위한 경영학들이 컴퓨터 학과 교과 과정 내에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현재 대학의 과제이자 추진 방향인 것이죠.”

학회의 흐름에 있어서도 변화는 마찬가지다.
“컴퓨터 관련 학회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어요. 하늘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드론에 관한 내용, 인간과 컴퓨터를 접속하기 위한 뇌파연구 등 영역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전공 중심주의 탈피, 공개 채용 방식으로 협업 강조

교수 채용에서도 변화는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한 대학에서 교수 채용시 2개 학과에 소속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바 있죠. 즉, 기존과 달리, 학생들의 수준에 맞춘 강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는 수직적 융합이 대두되는 것입니다.”

전공 중심주의도 탈피되고 있는 분위기다.
“2,3차 산업혁명의 대학 구조를 변경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는 또 하나의 사례가 2017년 1학기를 준비하는 대전대학교와 아주대, 가천대 등에서 있었죠. 대전대학교의 경우 교양강좌를 기초학문심화과정으로 개편, 각 학과가 담당하던 교양과목의 강사를 공개채용방식으로 변화를 주었고, 동일과목을 강의하는 모든 교수들을 모아 워크샵에 참여하게 하였습니다. 즉,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끄집어낼 방법을 같이 협의하고 토론하자는 목적이었죠. 이는 각 학과로 분산되어 있던 학업 증진방안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자, ‘전공중심주의’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죠. 다시 말해, 교양과목을 핵심역량 중심으로 바꿔, 창의적 전문인을 양성하자는 것입니다.”

다수 안에서 새롭게 창출되는 지식의 위력

융합의 시대에 연합 및 협업은 왜 중요한 것일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 명의 개인이 혼자 아는 전문 지식은 크게 힘을 가지지 못합니다. 여러 명이 함께 아는 지식, 그리고 이로 인해 창출되는 새로운 지식이 큰 위력을 가지게 되죠.”

‘많은 이들이 함께 공유하는 지식’. 이는 대학에서도 발현되고 있다.
“대학공개 강좌인 K-MOOC의 활용에 대해서 많은 대학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총장 포럼에서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고요. 세계 대학 강좌인 MOOC(무크)처럼 이 강좌를 듣고 나면 수료증이 나오는 것이죠. 물론 레포트도 있고, 시험도 있고요.”

무크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2011년 가을 학기에, 인공 지능의 세계적 전문가인 스탠포드대학의 세파스찬 스런 교수가 유다시티라는 MOOC 강좌에 인공 지능 강좌를 개설한 바 있죠. 그 다음달, 5000명이 강좌에 등록했고, 2주 후에는 5만 8천명이 수강을 했죠. 이미 세계는 하나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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