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 확인 - 방법
감정적 화 다스리기
아이 뒤 나 관찰하기


#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놀고 들어온 우리 아이. 집에 오자마자 배고프다며 식탁으로 달려간다. 손부터 씻고 오라고 점잖게 이야기하지만, 역시나 내 이야기는 들은 척 만 척. 나는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고 엄하게 이야기하지만, 아이는 막무가내다. 말도 안 되는 떼를 쓰고 있는 아이를 보니 더 이상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다. 결국 나는 오늘도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 한 순간도 조용할 날 없는 우리 집. 뭔가 조용하다 싶으면 불안한데, 이상하게 조용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책장 위로 올라가고 있는 우리 아이. 마치 놀이 하듯 올라가는 우리 아이를 보며 깜짝 놀라 큰 소리로 아이를 말렸지만, 아이는 오늘도 들은 척 만 척. 연신 재미있다며 키득거리는 아이를 보며 나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오늘도 폭발 직전인 나.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 목욕 시간이 전쟁인 우리 집. 미리 자기 전 준비를 해 두고 놀면 좋을 텐데, 끝까지 뒤에 하겠다며 미루는 우리 아이. 교양 있는 엄마가 되고자 우아한 목소리로 알아 들을 수 있게 설득하지만, 계속해서 미루는 아이를 보며 나는 오늘도 갈등했다. 우아한 엄마 관두고 그냥 힘으로 목욕탕에 넣어 버릴까? 아니면 세균이 들어간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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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순간이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은 육아를 하면서 절실하게 다가온다.
부모의 사소한 말과 행동, 선택으로 인해 아이의 성격이 결정된다는 말에 조심스럽기 짝이 없지만, 육아는 부모의 인내와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오늘도 참고 또 참지만 끝내는 폭발하고 마는 부모, 한 번 폭발한 이후부터는 겉잡을 수 없이 자주 폭발하게 되는 부모, 자는 아이를 어루만지며 한숨 짓는 부모들에게 힘이 되고자, 본지에서는 <내 아이 명품 교육> 두 번째 연재 기사를 준비했다.

‘관찰으로 알아가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두 번째 기사는 정신과 교수이자, 오은영 아카데미의 원장인 오은영씨의 강의를 취재한 기사로 마련했다.

강의중인 오은영 원장

내 아이가 힘겨울 땐, 관찰부터

지난 12월, 일산 킨텍스에서 한국 교육개발 평가원 평생 교육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오은영 원장의 “내 아이가 힘겨운 부모들에게” 강의에서 오은영 원장은 “아이도 관찰하고 나도 관찰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오 원장은 아이가 힘겨운 예시를 통해 부모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아이에게 다가가는 첫 번째 걸음이 ‘관찰’임을 전했다.
“아이도 관찰하고 나도 관찰해야 합니다. 관찰하고,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나온 사실을 정리하고, 그것을 중심에 두고 대안을 생각하고. 이것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부모들에게 제시하는 솔루션입니다. 어렵지 않죠. 하지만 이런 훈련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많습니다.”

오 원장은 육아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관찰해 볼 것’을 권한다.
“일정 기간을 정해 두고 아이를 관찰해 보세요. 그리고 관찰한 데이터를 두고 부부가 의논하여 보세요. 그리고 방법을 강구한 이후에 또 관찰해 보세요.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변화를 두고 어떠한 부분이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고, 그런 것을 자료로 축적하게 된다면 훌륭한 육아 가이드가 될 수 있겠죠.”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지키는 것

오 원장은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으로 “많이 해 주는 것보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키는 일”을 말한다.
“우리는 아이에게 많은 것을 해 주면 잘 키우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해 주는 것보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만 지키면 웬만큼은 잘 크거든요. 그렇다면 우리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화를 내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화를 내게 될까.
“부모는 아이보다 많이 살았죠. 달리 말하자면 아이보다 어떤 상황에서의 답을 더 많이 알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아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옳은 정답에서 벗어나 있어요. 그 모습을 본 엄마는 화가 나게 되죠. 화를 가다듬고 아이에게 엄마가 생각하는 옳은 정답을 시키지만 아이는 듣지 않아요. 이제는 엄마 마음속에 절대 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이런데 사춘기가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까지 확장하게 되기도 하고요. 결국, 엄마는 아이에게 단호하게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수위를 높이게 되고, 결국 왕주사, 엄마 아빠 못 본다 등 협박을 하게 되기까지 이르게 되죠.”

오 원장은 이런 경우,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권한다.
“그냥 아이에게 하라고 시키면 되는 일이 왜 이렇게까지 꼬이게 된 것일까요. 아이에게 하라고 하지만, 아이는 미루죠. 거기에서부터 엄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에요. 아이가 엄마가 생각하는 정답의 틀로 빨리 들어와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죠.”

아이 뒤에 있는 ‘나’ 자신 들여다보기

오 원장은 아이를 타이르기 이전, 그 뒤의 ‘나’부터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 뒤에 있는 ‘나’ 자신을 한 번 보세요. 지금 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라는 거죠. 빨리, 많이 해 주고 싶은 것은 결국 나의 불안한 마음을 빨리 종결시키고자 내가 나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엄마가 해결해 주는 것은 곧 아이의 독립성과 자기주도성의 성장을 막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소탐대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손은 깨끗이 씻었을지 몰라도, 독립성과 자기 신뢰는 잃었다 이렇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죠.”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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