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복원론<文明複原論> 1

 

문명 복원설은 인류 문명이 애초부터 여러 문명권에서 각각 기원한 후 상호 교류를 통해 발전해 왔다고 주장하는 설이다. 문명 복원설을 다지역 기원설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문명권의 개념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정수일은 “문명권이란 문명의 전승이나 전파를 통해 이루어진 공통의 문명 구성 요소들을 공유한 국가나 민족, 지역을 망라하여 형성된 문명의 역사적 및 지역적 범주를 말한다. 공통적인 문명 구성 요소를 공유한다고 하여 모든 문명이 곧바로 하나의 문명권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한 문명권이 형성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조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① 문명의 구성 요소에서 독특성(상이성)이 있어야 한다. 즉, 다른 지역 문명과 구별되는 일련의 문명 구성 요소들을 공유해야 한다. ② 문명의 시대성과 지역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즉, 시대적으로 장기간 존속해야 하고 지역적(공간적)으로 한정된 국가나 민족의 범위를 벗어나서 비교적 넓은 지역에 유포되어야 한다. ③ 문명의 생명력이 유지되어야 한다. 즉, 장기간에 걸쳐 지역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에 따라 문명권의 형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지만, 문명권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는 간단치 않다. 공통적인 문명 구성 요소나 문명의 역사성 및 지역성을 고려하여 이때까지 인류가 창조한 문명권을 구분하는데, 그 구분법에는 대체로 2분법과 3분법, 5분법 세 가지가 있다. 2분법은 동양 문명권과 서양 문명권으로 나누는 것이고, 3분법은 전 세계가 거의 일체화된 약 1세기 전까지의 세계 문명을 3대 문명권으로 나누는 것이다.

첫째는 유럽 문명권으로서,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로마 문명권으로부터 비롯된 이 문명권은 그 중심이 점차 서북 유럽 대륙으로 옮겨 가다가 지금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전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둘째는 중근동 문명권으로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바빌로니아를 비롯한 오리엔트 문명으로부터 페르시아 문명과 아랍·이슬람 문명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셋째는 한자 문명권으로 동아시아의 중국과 한국, 일본, 인도차이나, 몽골 등 나라들의 문명이 이에 속한다. 이에 비해 5분법은 토인비가 제시한 21개의 성장 문명 중 이미 사라진 14개 사문명(死文明, 이집트·미노아·마야·헬레네 문명 등)을 제외한 7개의 생존 문명을 5개의 문명권, 즉 서유럽 문명권, 러시아 정교 문명권, 힌두 문명권, 이슬람 문명권, 동아시아 문명권으로 나누는 것이다”라고 《고대문명교류사》에서 설명했다.

 이것이 현재 인류 문명의 기원에 대한 세계 역사학계의 어정쩡한 정설이다. 그러나 문명 복원설은 단지 문명권에 대한 분류일 뿐 진실한 인류 문명의 기원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 글에서 ‘3분법은 전 세계가 거의 일체화된 약 1세기 전까지의 세계 문명을 3대 문명권으로 나누는 것이다’라고 설명한 부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1세기 이전까지 전 세계 문명이 거의 일체화되어 있었다는 말은 1세기 이전까지 전 세계가 단일 문명권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말과 같다.

 1세기 이전까지 전 세계가 하나의 문명권(단일 문명권)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말은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문명 복원론을 부정한다. 1세기 이전 고대 사회는 지금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1세기 이전 전 세계 문명이 거의 일체화되어 있었다면 이것은 어떤 강력한 세력이 전 세계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지배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 지구촌 고대 사회가 문명의 일체화를 이룬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1세기 이전까지 전 세계가 단일 문명권을 형성하고 있었다면 이 내용은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 동쪽의 환국이 세계 곳곳에 열두 지국을 세워놓고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원동중 《삼성기》의 고증이 진실했음을 뒷받침한다.

우창수
민족사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bwwji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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