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 영감의 김포 이야기

저를 불러 주신 양반의 계획이 들어맞았나 봅니다. 어둠 속에서 여자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잣집 딸과 며느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교훈을 얻었겠지요. 이어서 여러 명의 아들을 위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문수산 아래에 아들이 셋인 농부가 살았습니다. 아들들은 몹시 게을러서 돕지 않아 아버지 혼자 일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자신이 치유할 수 없는 중병에 걸린 것을 알았습니다."
어느 날부터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농부가 황금 덩어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들의 귀에도 당연히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황금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아무래도 수상해. 황금이 없다면 왜 그런 소문이 나겠어?"
세 아들은 눈이 뒤집어져서 아버지가 논에 나간 사이에 집안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혹시 다른 형제가 먼저 발견할까 봐 곁눈질하며 찾았지만, 황금 덩어리는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다른 곳에 숨겨 두었다고 결론 냈습니다.

몇 개월 후에 병석에 눕게 된 농부가 유언을 했습니다. 뒷산 자갈밭에 황금을 숨겨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숨을 거두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픔보다 유산으로 남긴 황금덩어리를 찾는 것에 마음이 쏠렸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다음 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곡괭이와 삽을 들고 뒷산 자갈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온종일 자갈을 치우고 땅을 파기를 사흘이 되었지만, 황금은커녕 구리조각도 볼 수 없었습니다. 한 자 깊이로 파고들었지만, 아무것도 없자 아들들은 허탈감에 빠졌고 화가 났습니다. 삽을 내던지며 하늘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아버지! 황금이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그러나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가 대답해 줄 리 없지요. 산에서 내려온 아들들은 화가 났는데 막내아들은 기왕에 힘들게 일군 밭이니 보리농사나 짓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식량을 마련해야 했으니까요.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보리이삭이 익을 때 모두 찾아왔습니다. 자갈밭으로 쓸모없는 땅에서 누렇게 보리가 익은 모습에 세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황금은 인간의 땀에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그 후로 세 아들은 마음을 합쳐 열심히 농사를 지어 마침내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내 말이 끝나자 어둠 속에서 또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이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로 메꾸었습니다.

"평안도 어느 사냥꾼 이야기입니다. 아들 셋이 있었는데 용맹했지만, 고집이 세어 늘 다투었습니다."
직업이 사냥이기에 짐승을 잡으려면 반드시 협력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형제들이 불화해서 사냥감을 놓치기 일쑤였고 맹수를 만나 위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타일러도 듣지 않았는데 그러다가 사냥꾼이 병석에 드러눕게 되었습니다.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알게 되자 아들들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리고는 화살 통에서 화살 세 개를 꺼내 분질러보라고 했습니다. 세 아들이 돌아가면서 부러뜨리려 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끄떡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하나씩 주며 분질러보라고 하자 탁탁탁 쉽게 꺾였습니다.

"보았느냐? 너희가 힘을 합치면 누구도 너희를 해칠 수 없지만 혼자 잘났다고 우쭐대면 쉽게 꺾인다. 이것이 너희에게 남기는 유언이다."
그제야 아들들은 무릎을 꿇고 잘못을 뉘우쳤다고 합니다. 마지막 구절을 읊으며 적어도 이 집안에서는 게으르거나 형제간 불화가 없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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