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랑

그것의 성질은
기회만 있으면 악착같이 달라붙는다
발바닥 밑창이라도 가리지 않는다
비바람이 따귀를 때리는 날에
길을 붙잡고 종일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씹고 아무 데나 뱉어버리면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질 줄도 안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입속에서
물렁물렁한 시간을 보내고,
거울 앞에 서서 풍선을 불면
정신 차려 살라고 입술을 펑 친다

 

[프로필]
정이랑 : 경북 의성,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시집[버스정류소 앉아 기다리고 있는] 외 다수
[시감상]
새해 벽두가 엊그제 같은데 1월의 절반 이상이 지났다. 작년부터 이어온 혼란한 사회상황과 그것에 기인한 비실비실 경제로 인해 다소 우울하게 시작한 올해, 작심삼일은 벌써 지나갔을 것이고 이제 작심 삼백육십오 일로 가는 기차의 첫 번째 정거장쯤에 잠시 멈춘다. 본문의 내용처럼 껌의 속성을 배우면 좋을 것 같다. 기회만 있으면 악착같이 달라붙은 성질, 끈기, 이런 것들이 가장 필요한 시기일 것 같다. 작심한 것들에 대해 악착같이 달라붙어 올 연말 즈음엔 가슴 벅차게 웃을 수 있는 그런 나를 만들어 볼 다짐을 다시 한번 해 보게 된다. 정신 차려 살라고 입술을 펑 치는 그 성질을 매일 되새겨 보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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