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멘스와 공포가 교차하는 양식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작곡가 : 가에타노 도니제티(1797-1848)
대본가 : 살바토레 캄마라노(1801-1852)
원작소설 : 월터 스콧의 The bride of Lammermoor(1819)
초연 : 나폴리 , 산 카를로 극장 (1835년 9월26일 )

고딕스타일은 건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작품에도 있다. 1700년대 중반, 주로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작품들이다. 로맨스와 공포적인 요소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영국에서 유행했던 문학의 한 장르로 영국의 중세 고성이 주 무대다. 성안의 지하실이나 그 비슷한 흉측하고 괴기스러운 무대를 배경으로 한다. 공포소설이라고도 불리는 고딕소설의 창시자는 Horace Walpole이다.

그가 1764년 처음 쓴 <Otranto의 성>이라는 소설이 그 효시다. 검은 소설, 또는 느와르(Noir) 소설로 불리기도 한다. 잃어버린 사랑과 내면의 고통, 그리고 불가사의한 상황을 이야기 형식으로 역어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후에 등장한 소설가 Ram Stoker가 1897년 그 유명한 <드라큘라>를 발명함으로써 고딕 소설을 계속 발전시킨 후 1800 년대에 와서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인물까지 소설에 등장하게 만들었다. 고딕소설의 대표작가인 월터 스코트(Walter Scott)의 작품은 특히 오페라의 대본으로까지 쓰이기까지 하였는데 그 작품이 바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인 에어의 <폭풍의 언덕> 같은 소설 역시 고딕스타일이지만 <루치아>야 말로 전형적인 고딕소설이다. 원수 가문 사이의 금지된 사랑, 성을 둘러싼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한 주인공의 광란이 공포소설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실성한 상태에서 피를 잔뜩 무치고 성 안을 돌아다니는 여인은 귀신이나 다름없는 흡혈귀를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혼자 광란의 아리아를 부른다.

꾀꼬리와 다름없는 기교와 테크닉을 소유한 세기의 소프라노들이 30분 정도 개인기를 발휘할 수 있는 오페라의 주요 장면으로 꼽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사의 회전
 


또 한편의 전형적인 고딕 스타일 오페라의 원작
'[나사의 회전'은 (The Turn of the Screw)미국의 소설가 핸리 제임스의 유령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1898년 출판된 이후에 수없는 영화와 미니시리즈의 소재가 되었는데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로 탄생되게 된다.

오페라와 원작의 차이점은 원작에서는 가정교사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반면 오페라에서는 두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두 죽은 영혼들도 원작에서는 나레이터의 이야기로만 등장하며 아무 대화가 없는 무언의 대상이지만 오페라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실체로 등장하게 되는 점이 이채롭다.  

제목이 ‘나사의 회전’인 이유는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계속 깊게 파고 들어가면 마치 나사처럼 더는 빠져 나올 수 없게 된다는 사실에 비유한 것이다. 조여 오는 나사가 회전할 때마다 더해지는 긴장감 또는 공포를 상징하기도 한다. 유령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집착과 과대망상으로 조여 오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일기를 손님들에게 읽어주는 더글라스(내레이터)의 낭독으로 시작된다.

김현정
수원대 음대 교수
오페라 김포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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