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흥미 위주, 정규 과정’으로 접근
게임 활용 배경, IT 강국이 가진 장점
문제 해결 능력 키우기, 스팀 교육으로

우리는 지난 호를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 대두와 국내 코딩 열풍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봤다. 이어 이번 호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전 세계적 흐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국내 소프트웨어 교육의 배경과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선진국은 코딩 열풍? ‘흥미 위주의 정규 과정 접근’이 첫 발

국내에서 코딩 열풍이 불게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오바마의 소프트웨어 교육 강조 연설과 함께 선진국에서 코딩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진행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컴퓨터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읽기 능력, 쓰기 능력, 수학적 사고와 같이 일찍부터 배워야 하는 필수 능력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교육 추세에 대해 한국컴퓨터학회 이사 이재용 한서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학벌사회의 특징이 가지는 교육 열풍과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 말한다.

실제, 미국 코딩 열풍을 이끄는 곳은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와 마이크로 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 등이 사비를 출자해 만든 코드닷오알지(code.org)다. 이 코드닷오알지(code.org)는 비영리 단체로,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게 코딩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에 목적을 두고 있다. 즉, 학습의 부담이 없이 흥미를 이끌면서 즐길 수 있는 과정으로 코딩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교육의 기준은 아이들”이라며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반복적인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가지는 코딩 교육은 절대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 강조한다.
“정규교과에 적용되거나 방과 후 학습 같은 흥미 위주의 방식으로 도입되어, 즐길 수 있는 과정으로 전개될 때 코딩교육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게임, 무조건 안 된다 하지 말고 순기능적으로 활용하라

흥미 위주의 접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라면, 게임을 통한 접근은 어떨까.
기자의 질문에 이 교수는 “게임을 순기능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공존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으로 손꼽히는 국가죠. 그런 배경인 만큼, 국내 청소년들은 인터넷 게임과 친숙한 배경 속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더욱 높죠.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기반을 순기능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교수는 이어 “아동, 청소년기부터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자산이 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게임을 순기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미국의 ‘코드닷오알지’ 단체는 게임을 순기능적으로 활용한 경우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아이들이 몰입하고 있는 롤(LOL)과 같은 형식의 게임은 5대 5 끝장게임이기에 역기능이 많은 게임에 해당되죠.”

이 교수는 사춘기 아이들이 또래 관계가 매우 중요하므로, 또래와 함께 하는 게임 중에 부모님의 지시나 요구로 빠져나온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 말한다.
“즉, 게임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끝장게임의 형식보다 스테이지(stage)나 레벨(level)이 있는 게임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죠. 더불어 일방적이거나 지시적인 방식이 아닌 스스로의 통제적 방식으로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여야 하고요. 이것 저것 어려우니 그냥 게임 자체를 끊게 하면 되지 않냐구요? 이미 세계는 게임을 이용한 교육 추세로 나아가고 있고, 우리 또한 그 흐름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죠.”

프로그래밍? 일반적으로 초등학생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

흥미 위주로 접근은 하지만, 결국 프로그래밍 등 학습적인 단계를 밟아나가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교수는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었다.
“중학교 과정에 인수분해, 방정식, 함수 등이 나오지요. 고등학교 2학년 이상 정규 교과에 미적분 등이 나오고요. 이러한 교과 배치는 청소년 사고의 발달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추상적 사고는 발달과정상 중학교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라는 얘기죠. 그런데 이 추상적 사고에 하나가 더 들어간 지능정보 구현 능력(인공 지능 프로그램 구현 능력)은 상당 부분 미적분의 개념을 바탕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 정도의 수준이 되려면, 발달 과정상 몇 세가 되어야 가능할까요? 최소한 중 고등학교 수준의 미적분은 이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어려움의 문제가 아닌, 발달과정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수학과 코딩에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발현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죠.”

지능정보 구현 능력의 핵심 ‘문제해결능력 배양’, 스팀(STEAM) 교육으로

그렇다면 ‘발달 과정을 고려한’, 지능정보 구현 능력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면 될까.
이 교수는 “지능정보 구현 능력의 대비는 문제해결능력 배양에 있고, 현재 국내에는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기존의 교과과정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현존하는 문제해결능력 배양 교과과정은 바로 스팀(S:과학, T:기술, E:공학, A:예술, M:수학)교육입니다. 2007년 10월 미국 국회에서 STEM 교육에 대한 행동계획이 제시된 이후, 국내에서는 예술(A)를 추가해 2011년 교육부에서 시작한 창의 융합인재 양상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죠. 이 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왜 배우는지, 어디에 사용하는지를 이해하고 실생활의 문제 해결력을 배양한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 초중등교육에서 지능정보화 프로그래밍을 흥미를 유지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직접적 교육 방법은 ‘정규 교과 방식’ 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에서 필요한 융합은 학문간 물리적/수평적 결합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그 결합은 3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진행되었고, 그 결과, 현존하는 대학 교과과정 중에 융합이 아닌 학과가 없을 정도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융합교육은 화학적/수직적 결합, 즉 기초 과학 내 학문의 틀에서 벗어나 학문 간, 혹은 산업 간의 융합 등 포괄적 분야에 걸쳐 기술적, 기능적 연계를 하는 것을 말하죠. STEAM 교육은 물리적 결합을 넘어서 화학적 결합의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하나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산물을 창조해낼 수 있도록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적합한 교육방법론입니다.”

앞으로 미적분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기계가 할 것이라는 걸, 우리는 인지하고 있다. 이에 현재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창의식 교육으로 꾸준히 변화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STEAM 교육이 더 강조될 것”이라 말한다.
“미래의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와 같은 능력이 아니라, 어떠한 통찰로 수학적 문제를 지능적으로 활용할지를 찾아내는 능력이기 때문이죠.”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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