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고증식

천 년을 보내고 맞는 새해 아침
눈부신 햇살을 따라온
새 날의 바람이 온몸에 빛을 뿌려댄다
신춘의 글밭이 보고 싶어 산문을 찾아 든다
겨울 강물처럼 투명한 초원 위로
조련되지 않은 한 떼의 말들이 휘달려 가고
그리움 같은 기대,
혹 먼데서 찾아 온 반가운 손님은 아닐는지
불혹을 넘기고 나서야 조금씩 다행스럽다
낡은 차체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몸체가
겸손과 아량을 가르치고
균열을 꿈꾸는 영혼의 벽들이 순리를 보여준다
영생을 장담하던 오만의 자리에
아프게 아프게 날아와 박히는 순응의 파편들
이제 천년을 함께 건너 왔으니
몸에 걸친 남루한 옷가지들 벗어버리고
갓 태어난 생명들 곁에 나란히 눕고 싶다

 

[프로필]
고증식 : 강원 횡성, 시집 [환한 저녁][단절], 교사 재직 중
[시감상]
한 해가 왔다. 지난해가 갔다. 묵은 것들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과 자세로 해돋이를 본다. 분명 어제와 다른 오늘이다. 오늘은 오늘이기에 새롭고 어제와 다르기에 현재다. 사람은 서 있는 곳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다. 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사는 일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보이는 세상은 낮은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보고 살 것인가는 모두 우리 마음속에서 만들고 결정되는 것은 아닐는지? 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물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새해 벽두를 환하게 밝히는 저 빛의 물결에 생각과 나를 말갛게 씻어보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성경 구절처럼 나를 담을 부대를 새로 장만해 보자. 그것은 마음속에서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글 :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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