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날
                             강경우

칼을 간다
제비처럼 흑과 백이 선명한

숫돌을 갈아
날을 세워 본다
아직 돌은 많고 칼날은 무디다

빛을 보여주지 않는다
날을 세워 정면으로 바라보는 칼날은
예리할수록 순수하다

언듯
사선을 긋고 제비가 날았다
한 올 미세한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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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강경우 : 제주 출생, 다시 올 시인 선정, 시집 [잠시 앉았다 가는 길]
[시감상]
한 해가 다시 시작된다. 매번 새로운 시작엔 새로운 결기를 세우곤 한다. 새벽 여명이 깨끗하듯, 바다를 뚫고 나오는 해의 붉은 비상이 기운차듯, 모든 새로운 것은 새로운 기운을 받고 싶어 한다. 본문의 칼날은 한 해를 다짐하는 결심이나 결의로 바꿔 생각해보자. 결의는 예리할수록 순수하다. 아직 돌은 많고 칼날은 무디지만, 무뎌질 때마다 날을 시퍼렇게 세워보자. 세상 무엇이라도 벨 수 있는 서기어린 결의의 서늘한 빛으로 세상이라는 바다를 달려오는 거센 파도를 베어내자. 힘들수록 칼날에 힘을 주자. 싹둑, 나태와 태만과 게으름과 미적미적한 우유부단을 짚단처럼 베어내자. 자! 우리 모두 새로운 한 해, 저 하늘에 나 만의 칼을 휘두를 때다. 그 전에 날을 세우자! 시퍼렇게 <글 :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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