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의 방

                                  이승하

아무도 그대를 찾지 않는다

한 줄의 글을 썼다고
사약을 받은 선비가 예전엔 있었다
한마디 말을 했다고
귀양을 간 선비가 예전엔 있었다
작은 흙벽 집 사방에 가시 울타리를 두르고 사는 것보다 서러운 건
고향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이 황막한 땅에서
직업도 없이 미래도 없이
식구들과 헤어져 친구 하나 없이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는 것

비가 온다 벌써 열흘째
물 떨어지는 소리 그대 가슴 깊숙이 떨어지고
축 처져 있는 낮과 몹시 축축한 밤
그대의 방은 이제 생의 유배지
절해고도가 되어가고 있구나

 

[프로필]
이승하 : 중앙일보 신춘문예, 중앙대 문창과 교수, 시집 [박수를 찾아서]외 다수
[시감상]
2016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12월도 반만 남아있는 지금, 거리는 캐럴과 번쩍거리는 불빛과 이유 모를 설렘과 까닭 없는 방황이 뒤엉켜 화려하고 어수선하다. 비록 작금의 상황이 예년 같지 않아 불빛의 조도는 낮지만 그래도 연말이다. 한 해를 반성하고 주변을 되돌아봐야 할 시간. 나이가 들수록 가장 외로운 것은 홀로 있다는 말이다. 친구도 고향도 이웃도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넬 아무도 없는 싸늘한 방에서 냉기를 이불 삼아 덮고 주무시는 독거 노인분들, 자주 찾아보지 못하지만, 이맘때라도 한 번쯤 주변의 독거 하시는 분이 있다면 잠시 인스턴트커피라도 한 잔 건네보자. 정작 필요한 것은 어쩌면 외로움의 상대가 되어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젊어 본 사람은 있어도 늙어 본 적 없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나 역시 어쩌면 그 기막힌 독거의 대열에 설 수 있다는 것을…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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