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찬소설가
요즘 한국에서는 흙수저, 금수저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하더군요. 꿈에서 본 신문에 그렇게 나와 있는데 저는 처음에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이 뜻을 알기 위해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몇 번에 걸쳐 꿈을 꾸어 결국, 타고난 신분차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으음, 그러면 조헌은 금수저고 나는 흙수저란 말인가?”
태어난 날과 시가 같음에도 선비 조헌과 나, 천민 풍문은 운명이 달랐습니다. 타고난 신분이 달랐기 때문일까요? 토정선생이 살아계셨으면 확실한 답을 주셨을 것입니다. 평양감사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실은
평안도 전체를 통치하는 평안감사가 바른 말인데 평양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요. 상업을 통해 백성의 살림이 넉넉했고 미색이 뛰어난 기생들이 많아 벼슬아치들은 모두 한 번쯤 평양감사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감사가 부임하자 평양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나왔습니다. 그중에 개똥이라는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나와 요란한 풍악을 울리며 가는 행차를 구경했습니다. 외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개똥이라는 이름도 시샘 많은 귀신을 눈을 피하려는 부모님의 고심 끝에 지은 것이지요. 행차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개똥이가 말합니다.

“아버지, 저도 과거시험 공부해서 꼭 평양감사 될 거예요.”
그러자 아버지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신분이 평민이라 벼슬도 어렵거니와 평양감사는 더욱 어렵다고 타일렀습니다. 그러자 시무룩해진 개똥이는 그날부터 앓기 시작하더니 약도 쓰기 전에 죽고 말았습니다. 낙담한 부모는 개똥이를 묻고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로부터 사십 여년 뒤에 평양감사가 부임했습니다. 그는 명문가의 후손으로 열심히 과거 공부시험을 쳐서 벼슬길에 오른 뒤에 탄탄대로를 걷다 평양감사가 된 것입니다.

어느 날 밤 감사는 꿈을 꿉니다. 자신이 감영을 나와 익숙한 길을 따라가다가 어느 초가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노인 부부가 제사를 지내는데 자신이 성큼 상위에 올라가 앉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정성껏 차린 음식을 맛보다가 꿈을 깹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라 감사는 심부름꾼인 통인(通引)에게 등을 들리게 하고는 꿈에서 갔던 길을 따라갔습니다. 감영과 멀지 않은 곳이라 골목길을 들어가 불이켜진 집으로 들어갑니다. 제사상을 치우던 노부부는 깜짝 놀라 손님을 맞았습니다.

“나는 얼마 전 이곳에 부임한 감사요. 누구의 제사요?”
그 말에 부부는 놀라면서 한편으로 눈물을 지으며 외아들 개똥이의 사십 주기제사라 했습니다. 그리고 평양감사가 될 수 없음을 비관하다 죽은 사실도 말했습니다. 그러자 감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전생의 부모님을 이제야 뵙게 됩니다.”
하며 큰절을 올렸습니다. 당황해 하는 노부부에게 어려서부터 이맘때면 꿈에 자신이 어디론가 가서 상 위에 차린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부부가 사랑이 넘치는 얼굴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다고 말하며 앞으로 이생 부모와 똑같이 부모로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개똥이를 잃고 슬퍼했던 노부부는 개똥이가 명문가의 후손으로 환생해서 바라던 평양감사가 된 것에 비로소 웃음을 찾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아, 신분이 무엇입니까? 백 미터 달리기할 때는 어떤 사람은 이십 미터 앞에서 달리니 세계 신기록자 ‘우사인 볼트’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 대한민국도 새로운 신분제가 만들어지고 있다지요? 예나 지금이나 절대다수 민중이 나라를 이끄는데 엘리트들이 민중을 개, 돼지 취급을 하니 그러면 이 나라는 소수의 인간과 다수의 개, 돼지 같은 사이비 인간이사는 곳이란 말입니까?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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