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질나는, 그 황홀함에 대하여

                                                                       강요훈

입이 총구다
입을 열 때마다 사격은 시작된다
일단 시작되면
목표물을 보지도 않고
한 치 빗겨나감 없이 적중시킨다
넋이 나가 너덜대는 표적지
그것만이 아니다
신기하게 숨통을 완전히
끊어 놓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0년을 함께 한 마누라는.

[프로필]
강요훈 : 2005 격간 창작과 의식 신인상, 청로 동인.
[시감상]
가을이 가기도 전에 겨울이 성큼 온 것 같은 영하의 기온이다. 단풍이 들었나? 숲을 보니 낙엽이 지
천이다. 멀리 김포평야의 너른 들이 추수를 기다리거나 이미 비었거나 노을이 참 아름다운 도시에
부부인 듯 보이는 황혼의 노인 두 분이 걷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구태여 서로의 손을 잡지 않아
도 향기가 풍기는 뒤태. 사랑은 잠시, 정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정으로 사는 부부는 참 따듯해 보인
다. 때론 삶에 지쳐 악다구니해도, 귓등으로 듣는 듯 마는 듯하다가도, 옆 지기가 없으면 문득, 허
전하다. 비에 온 뒤 땅에 착 달라붙은 ‘젖은 낙엽’이 되는 것이다. 그나마 졸졸 따라다녀도 부부
로 산다는 것은 서로를 메꿔주는 일이라는 것을, 숨통을 끊을 정도의 조준사격은 아니라는 것. 부
부는 백년해로 할 때 가장 멋지다. 아름답다. 사랑한다는 것은 언제라도 표적지가 되어주는 일인
지도 모른다. 풋풋한 잔소리에 넋이 나갈지언정….<글 :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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