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오거나 놓고 가거나

                                                                                   허영숙

언제부터 있었나 저 우산산 적 없는 낯선 우산이 꽂혀 있
다비올 때 내게 왔다가 비 그치자 가버린 사람이 두고 간
것오래 거기 있는 줄 모르고,손잡이의 지문아직 남아 있
는 줄도 모르고,
나도 어디 놓고 온 우산은 없나누가 펼쳐보고내가 놓고
간 우산인지도 모르고 적셨다 말리며적셨다 말리며 밥집
으로 찻집으로 녹을 키우며 흘러가고 있을까
비올 때 간절하다 햇살 돌면 잊어버리는 사람처럼
살 부러져 주저앉을 때까지 손잡이 지문을 바꾸는
저 우산은 호적이 없다

[프로필]
허영숙 : 시안 신인상, 2016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뭉클한 구름],[바코드] 외
[시감상]
우산꽂이에 주인 모를 우산이 꽂혀있다. 비가 올 때는 그렇게 소중한 것이, 비 개인 후 갈 길을 일었
다. 우산을 들고 방문한 지인들이 맑게 갠 마음으로 갔을 것이라는 시인의 말이 어렴풋 삶을 되돌
아보게 한다. 살면서 소중한 것들을 혹시 놓치고 산 것은 아닌지? 내 무관심과 나태의 방관으로 인
해 한때 나의 가장 중요한 것들이 낮선 곳을 방황하고 있지 않은지? 주저앉을 때까지 손잡이 지문
을 바꾸는 우산의 호적이 없다는 시인의 눈이 매섭다. 맑은 가을 날, 혹 놓아두거나 놓치고 사는 것
은 없는지 하늘에 물어봐야 겠다<.글 :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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