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손녀 사랑

▲ 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전 파독광부협회 회장,
전 경기도의원
우리 집에 손녀 둘이 있다. 8년 전 첫째 손녀 효정이가 태어났고, 일곱 살 터울로 둘째 손녀 효경이가 가족이 되었다. 내 휴대폰에는 두 손녀 사진이 가득하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또 보고 싶다. 나만 보면 안동 하회탈을 뒤집어 쓴 것처럼 초승달 눈을 해가며 비시시 웃기 시작한다. 입은 늘 귓가에 걸려 있는데 영락없는 천사의 모습이다. 사랑으로 품고 보니 하는 짓이 모두 귀엽고 예쁘기만 하다. 한참을 기어서 안기던 애가 어느 날 뒤뚱뒤뚱 걸어서 안기고 이제는 달려와서 안긴다. 어느 때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껑충껑충 뛰며 신나게 소리 지른다. 큰 손녀는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보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손녀가 집에 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설렌다. 손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 사주고 싶고 다 갖춰주고 싶다. 그러다 문득 두 손녀들이 살아갈 앞날을 위해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자녀 교육 전문가 책을 읽다보면 결국은 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는 인정받는 위치를 가질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성적에 연연하게 되고, 학교생활을 잘 못하거나 성적이 떨어지면 아이의 인생이 실패로 끝날지 모른다는 걱정을 달고 산다. 따라서 자녀교육의 가장 중요한 점은 목표의 주체가 바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즉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 나는 유능한 사람이야'라는 신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결과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아이는 자신을 믿게 되고, 때로 실패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는 귀중한 경험을 얻게 된다고 한다. 참으로 공감한다. 이쯤에서 우리 두 손녀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 나는 어떤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성품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자신을 가치 있는 아이로,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아이로, 걱정에서 자유로운 아이로, 마음이 평화로운 아이로,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는 아이로, 현재의 삶에 충실한 아이로, 건강한 아이로, 목적 있는 삶을 사는 아이로 만들 할아버지의 지혜는 어디에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내가 진정 손녀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서점에 갔다가 심리학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웨인 다이어 박사의 자녀교육서 《위대한 보살핌》을 펼쳐 보았다.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육아의 바다에서 길을 잃은 부모들을 위한 자녀 교육 지침서였다. 웨인 다이어는 이 책에서 아이의 능력은 무한하다고 말한다.

덧붙여 부모가 원하는 틀 속에 아이를 맞추는 순간 아이의 무한한 재능은 사라진다고 하며 아이가 한계 없는 어른으로 성장할 권리를 주장한다. 그리고 부모들이 아이에게 바라는 것으로 12가지를 꼽고 있다. (1)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2) 매일의 생활을 감사하며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3) 어떤 일을 하던 그 분야에서 성공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길 바란다. (4)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기를 원한다. (5) 어려운 상황을 겪지 않고 무난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6) 어려움 속에 꿋꿋하게 이겨나갈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길 바란다. (7) 인생을 즐기며 가치 있게 살기를 바란다. (8) 계획한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9) 책임감 있고 인간적인 본성을 잃지 않으며 자연의 순리를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10) 잠재 능력을 충분히 계발하여 도전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11)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12)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와 같은 육아 지침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긍정적이고, 인간적으로 행복하고,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며 살아가게 되기를 바라고, 살다가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될 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능력을 발휘하며 자신감 있게 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무더운 더위와 비바람을 이겨내고 김포평야의 벼 이삭은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옛 어른께서 아이 키우는 일을 왜 '자식농사'라고 했는지 70평생 살다보니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모내기하고 벼를 수확하기 전까지 적당한 비와 알맞은 햇빛을 받고 각종 병충해를 이겨내며 공들여 길러도 추수직전 폭풍에 쓰러져 수확을 못 할 때도 있고 추수 후에도 좋은 자리 찾아 이리저리 벼를 말리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시 폭풍우가 무서워 비닐하우스로 꽁꽁 싸놓은 것은 아닌지, 빨리 자라게 하려고 너무 많은 비료를 쏟아 부은 건 아닌지, 미처 자라기도 전에 벼인지 풀인지 구분도 못하고 뽑아 버린 건 아닌지, 농사 짓는 일 하나 하나가 자식 키우는 일에 그대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손녀를 생각하면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라준 것에 감사하고 늘 변함없이 할아버지 마음을 알아주고 사랑해준 것에 감사하다. 부디 두 손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가장 무한한 능력을 지닌 사람은 인생의 즐거움을 알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쁨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우쳤으면 한다. 《위대한 보살핌》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마음에 와 닿는 명저로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감동받았던 구절 몇 가지를 손녀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① 자신을 믿는 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 ② 사람을 타락시키는 가장 큰 악마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③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이 중요한 것이다. ④ 걱정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그 어떤 좋은 환경에서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요, 행복해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나쁜 환경에서도 행복의 요소를 찾아낼 것이다. ⑤ 위대함과 평범함의 차이는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가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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