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 <11>
(마을 만들기, 사회적 경제, 경기도 따복 중심으로)

또다른 마을공동체, 영국의 학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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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 마을만들기, 철학의 문제다
2회 : 사회적 경제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3회 : 경기도 따복사업의 현황과 과제
       -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의 융복합은 가능한가?
4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①> 농촌형 마을만들기(완주, 논산)
5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②> 홍성군 홍동면과 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6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③> 수원시 마을르네상스와 안산시 좋은 마을만들기
7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①> 일본의 마을만들기(도쿄시 세타가야 구)
8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②> 일본의 마을만들기(도쿄시 네리마 구)
9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③> 일본의 마을만들기(요코하마, 지바 시)
10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④> 영국의 마을만들기
                                                      (런던의 거버넌스 도시재생)
11회 : 김포시 마을만들기 사업의 현황
12회 : 김포시, 사회적 공동체의 평가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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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기형적인 도시화는 난개발과 형식적인 도시화로 인한 병폐에 허덕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환경이 조성된 지 수십년이지만, 개인적이고 배타적인 주거문화는 팽배한 대신,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다. 이같은 사회문화는 다시 마을만들기를 통해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선진적인 지자체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을 만들기 사업은 기준 없이 사례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김포신문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일본의 우수 사례와 국내의 성공사례들을 취재해 문제점과 대안모색에 나선다.<편집자>

▲ 영국의 협동조합학교 전문가인 줄리 소프 씨가 경기도 따복공동체 열린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의 또 하나의 현장은 마을교육공동체다. 경기도교육청이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지역 단위의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고, 마을교육공동체 주체를 육성하며, 꿈의학교-교육협동조합-학부모참여지원 사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한 교육협동조합은 현재 전국적으로 20여 개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으나 학교 매점을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함께 운영하는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는 너무 제한적인 틀에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에서 협동조합학교 운영에 관계하고 있는 줄리 소프씨가 지난 7월 방한해 전국을 돌며 영국의 협동조합학교 사례에 대한 강연을 했다. 기자는 경기도 따복공동체 지원센터가 주관한 ‘경기도 따복공동체 제2차 열린포럼’에 참여해 영국의 사례를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영국에 부는 협동조합학교의 확산 바람
협동조합의 탄생지인 영국에서는 현재 협동조합학교가 엄청난 속도와 양으로 성장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에 400여개의 협동조합학교들이 설립·운영되고 있다고 해서 주목을 끌었는데 최근 데이터로는 850여 개 학교로 확대되었다. 이같은 영국 협동조합학교의 확산은 교육정책 변화의 프레임 속에서 학교들이 협동조합들의 후원과 참여에 힘입어 교육적 성과를 낸 결과이며, 이로 인한 파장이 인근 학교들에 미치면서 협동조합트러스트, 협동조합아카데미로 전환하는 학교들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말하는 협동조합학교란 무엇일까? 이들이 정의하는 협동조합학교는 조건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협동조합 방식의 가치와 운영 원리에 입각해 학교를 운영할 것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에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들이 참여할 것 ▲커리큘럼과 교육방식에 협동심을 배양하는 내용을 담을 것 등 세 가지를 충족한 학교다.

결국 영국애서 말하는 협동조합학교의 요체는 학교교육에서 협동조합의 정신과 멤버십을 구축하는 것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시작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은 주로 친환경물품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학교내 매점사업을 위해 설립 운영되고 있고, 최근 들어 초등학교 단위에서 마을, 지역사회와 연계된 돌봄교실과 방과후 협동조합이 사업모델로 시작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아직은 초기 단계인 국내 학교협동조합은 가장 큰 문제점이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합원의 재생산, 사업체로서 경영 개선을 떠나 앞으로의 과제는 공동물류체계 조성, 새로운 사업모델 제시 등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에서 협동조합학교를 정의하고 있는 바를 생각한다면 초기단계의 우리 사회 학교협동조합들은 너무 사업성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보다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 동안의 천편일률적인 가치를 제공하던 것에서 벗어나 또 다른 가치와 운영원리로 세상살이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의 미래를 공고히 다지는 것이야말로 학교협동조합의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지역사회와의 연대활동이다. 지역의 생협, 민주적 시민단체, 주민자치조직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협동조합학교를 운영해온 영국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거창한 협동조합의 성공사례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이유와 가치의 세대를 이어가는 전달이며 동시대 협동조합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소통이다.

강한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정신을 이해하고 실현하는 조직
이날 줄리 소프 씨는 ‘강한 협동조합’이란 단순히 일을 잘 하고, 효율적인 일처리 구조를 가진 조직이 아니라 협동조합 존재가치와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현하는 조직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협동조합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협동조합 교육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즉 교육 없이는 제대로 된 협동조합, 나아가 기업운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최초의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성공 이후 전역에 협동조합 모델이 퍼져가는 과정에서 경영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망하는 기업들이 속출했으며, 이로 인해 협동조합의 가치와 운영원리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줄리 소프 씨는 협동조합 교육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15년 전부터 영국 내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협동조합 교육을 하고 싶어 했고, 우리 학교에 많은 요청이 있어왔다”며 “그 때를 시작으로 우리 대학은 많은 교육을 해왔는데, 그 중 협동조합학교 운영방식과 교과과정 설계 등을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상담한 후 실행한 학교들의 학생들이 뚜렷한 역량강화를 보였다”고 전했다. 또한 그녀는 “전체 성적이 올랐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훨씬 더 활발해졌다”며 “자신이 가진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역사회에 애정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단지 일반학교를 협동조합학교로 변화시키기만 했는데도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학교협동조합과 영국의 협동조합학교
한국의 학교협동조합과 영국의 협동조합학교, 무엇이 다를까 명칭부터도 다르지만 이는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학생이 주체여서 졸업 등 주체들의 이동이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되는 반면에 영국의 경우 협동조합을 시스템으로 받아들인 학교가 주체여서 학생들의 이동으로부터 자유롭고 협동조합운영원칙이라는 가치의 이전이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사회 학교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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