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 <10>
(마을 만들기, 사회적 경제, 경기도 따복 중심으로)

주민과 지역단체, 행정이 함께 가꾸는 영국 마을만들기
웨스트웨이개발신탁과 코인스트리트의 민관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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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 마을만들기, 철학의 문제다
2회 : 사회적 경제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3회 : 경기도 따복사업의 현황과 과제
       -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의 융복합은 가능한가?
4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①> 농촌형 마을만들기(완주, 논산)
5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②> 홍성군 홍동면과 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6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③> 수원시 마을르네상스와 안산시 좋은 마을만들기
7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①> 일본의 마을만들기(도쿄시 세타가야 구)
8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②> 일본의 마을만들기(도쿄시 네리마 구)
9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③> 일본의 마을만들기(요코하마, 지바 시)
10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④> 영국의 마을만들기
                                                      (런던의 거버넌스 도시재생)
11회 : 김포시 마을만들기 사업의 현황
12회 : 김포시, 사회적 공동체의 평가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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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기형적인 도시화는 난개발과 형식적인 도시화로 인한 병폐에 허덕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환경이 조성된 지 수십년이지만, 개인적이고 배타적인 주거문화는 팽배한 대신,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다. 이같은 사회문화는 다시 마을만들기를 통해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선진적인 지자체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을 만들기 사업은 기준 없이 사례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김포신문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일본의 우수 사례와 국내의 성공사례들을 취재해 문제점과 대안모색에 나선다.<편집자>

▲ 영국 웨스트웨이에 마련된 인공 암벽.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도시지역에서의 마을만들기 유형 중 주목받고 있는 것은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에 의한 재개발사업이 주를 이뤄오다가 최근 마을만들기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재생사업이 결국 주거밀집지역에서 단독세대 또는 단독 다세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동력이 내부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외부에서 개입되어야만 동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도시재생운동이 관 주도 사업을 주민 중심의 운동으로 전환시키고 나아가 주민생활복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의 재생산 구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같은 과제를 관-주민 거버넌스로 해결한 곳이 영국 런던이다.  

시민이 계획하고 만든 웨스트웨이개발신탁
1960년대 후반 런던에는 증가하는 히드로 공항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고가도로를 건설했다. 그러나 고가도로 공사 현장 인근의 노스 켄싱턴 지역 주민들은 공사 기간 내내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 받아야 했고, 완공 후에도 하루에 거의 5만 대의 자동차가 달리며 만들어내는 소음과 대기오염에 괴로워해야 했다. 더욱이 이 지역은 이민자 거주 빈곤지역으로, 결국 각종 정책으로부터 소외되어온 주민들의 분노가 집회와 시위를 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단체가 고가도로 아래 약 3만 평의 버려진 땅에 주목하고 이곳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후 주민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간과 접근성이 용이한 상가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으나, 토지 소유주인 런던 시와 켄싱턴 구, 첼시 구는 주차장 건설계획을 수립해 갈등이 지속되었다.

이에 지역단체들과 주민들은 ‘고속도로개발신탁(Motorway Development Trust)’을 설립하고 건설계획을 포함한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2년 넘는 주민과 행정의 대립 끝에 주민, 지역단체, 구청이 함께 운영하는 ‘노스 켄싱턴 지역편의시설신탁’이 설립됐다.

‘노스 켄싱턴 지역편의시설신탁’의 뒤를 이은 ‘웨스트웨이개발신탁’은 전체 공간의 80% 가량을 지역주민을 위한 시설로 개발하고, 15%는 상업공간으로 개발해 연평균 300만 파운드의 꾸준한 수익으로 운영경비의 90% 이상을 충당하는 영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의 하나로 성장했다.

웨스트웨이개발신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바로 ‘민관거버넌스’다. 주민과 지역단체, 행정 간의 지속적인 협의 끝에 런던 시와 켄싱턴 구, 첼시 구는 고가도로 밑 유휴지를 주민들에게 100년간 무상임대하고, 약 10억 원의 개발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주민이 협력하고 계획을 수립해 운영주체를 마련하고 행정당국은 안정적 토대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 과정이 10년이었으며,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서로를 증명하고 신뢰하기 위한 기간이었다.

템즈강 코인스트리트 지역의 주민자산화
런던 템즈강의 오래된 랜드 마크 중 하나인 ‘옥소 타워’(OXO Tower)는 과거 영국의 유명한 조미료 회사의 소유였으며 1930년대 런던의 호황을 상징했다. 하지만 옥소 타워와 인근던 코인 스트리트 지역은 산업 구조의 쇠락과 함께 1970년대부터 쇠락하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도심의 유휴공간으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1974년 이 지역 토지의 절반가량을 소유하고 있었던 자본가가 유럽 최대 규모의 초고층 빌딩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내 커뮤니티를 전면적으로 해체하고 주민들을 축출하며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형적인 개발 계획이었다. 이에 항만·공장 노동자들이 많던 코인스트리트 주민들은 이런 개발이 돈 없는 이들을 거리로 내몰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마을만들기 사업체를 꾸리고 공원과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맞섰다. 런던광역시 의회는 두 안을 모두 승인했지만 지자체는 주민운동 쪽에 힘을 실어줬다.

주민들은 1977년에는 40개의 단체와 500여명이 참여하는 ‘코인 스트리트 액션 그룹’을 결성해 도시의 권리를 둘러싼 사회운동으로 개발 반대 운동을 확산시켰다. 주민들은 1984년 개발 계획이 취소될 때까지 10여년 동안 개발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대안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했으며, 민간 주도의 ‘코인 스트리트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런던시는 1984년 개발업자가 사업을 포기하자 주민 주도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런던시는 개발업자 소유의 토지를 매입하고, 런던시 소유의 토지를 합쳐 ‘코인 스트리트 도시재생 사업체’에 총 52,000㎡의 토지를 매각했는데, 당시 주민들에게 매각된 토지 가격은 1㎡당 3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토지를 비영리로 사용할 경우, 토지를 교환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로 매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영국의 도시계획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런던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지역 주민과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코인 스트리트 도시재생 사업체’가 구성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주민들의 거주를 위한 임대주택사업과 주차장, 상업시설을 포함한 수익창출 사업의 기반이 조성되었다.

▲ 노팅힐 카니발의 한 행사가 고가도로 아래 창고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출처: 웨스트웨이 개발신탁 홈페이지, http://goo.gl/D4EQH3)

수평적 파트너십이 민관거버넌스의 정신
영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적극적인 민관거버넌스이다. 영국 거버넌스의 핵심은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의 권력이양과 지방정부가 로컬거버넌스 형태 및 역할을 수직적 파트너십에서 수명적 파트너십으로 변화시킨 데에 있다. 즉 지역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나가는 것에서 마을만들기, 사회적 경제 모두가 큰 힘을 받았다는 점이다.          

김동규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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