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 <5>
(마을 만들기, 사회적 경제, 경기도 따복 중심으로)

마을만들기 오래된 미래 '홍동' / 더디 가도 제대로 가는 '진안'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②> 홍성군 홍동면과 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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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 마을만들기, 철학의 문제다
2회 : 사회적 경제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3회 : 경기도 따복사업의 현황과 과제
       -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의 융복합은 가능한가?
4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①> 농촌형 마을만들기(완주, 논산)
5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②> 홍성군 홍동면과 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6회 : 마을만들기 사례 - <국내③> 도시형 마을만들기(수원, 안산)
7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①> 일본의 마을만들기(도쿄시 세타가야 구)
8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②> 일본의 마을만들기(도쿄시 네리마 구)
9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③> 일본의 마을만들기(요코하마, 지바 시)
10회 : 마을만들기 사례 - <해외④> 영국의 마을만들기
                                                      (런던의 거버넌스 도시재생)
11회 : 김포시 마을만들기 사업의 현황
12회 : 김포시, 사회적 공동체의 평가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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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기형적인 도시화는 난개발과 형식적인 도시화로 인한 병폐에 허덕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환경이 조성된 지 수십년이지만, 개인적이고 배타적인 주거문화는 팽배한 대신,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다. 이같은 사회문화는 다시 마을만들기를 통해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선진적인 지자체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을 만들기 사업은 기준 없이 사례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김포신문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일본의 우수 사례와 국내의 성공사례들을 취재해 문제점과 대안모색에 나선다.<편집자>

11개의 협동조합과 14개소의 마을사업 현장 그리고 9개의 마을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면(面)이 있다. 면내의 한 마을은 ‘리(里) 100년 계획’을 세웠다. 유기농업과 마을만들기의 살아있는 역사와 같은 곳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이야기다.

홍동면은 1958년 문을 연 풀무학교로부터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평민’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세워진 풀무학교는 대안학교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세워진 교양과 보통, 실업과목을 조화롭게 가르치고 배우는 전인교육 학교다.

풀무학교가 중요한 것은 이 학교의 졸업생들이 홍동에 정착하면서 앞서 말한 모든 공동체 활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또 풀무학교의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면서 도시의 학생들이 유입되었고 그들이 마을의 일꾼으로 성장했다. 교직원과 마을사람들, 졸업생들이 공동체 정신을 이어가며 30년 넘게 마을을 가꾸고 있다. 마을에 필요한 것이면 함께 예산을 세우고 자금을 모아 하나씩하나씩 만들어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시켜 왔다.

그 중 핵심지역은 갓골이다. 갓골에는 생협 판매장이 있고 도서관이 있으며, 목공소가 있다. 여성들을 위한 전문교육시설이 있고 아이들을 위한 만화방도 있다. 심지어 출판사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살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해진 것들을 주민들이 만들고 공동운영하고 있다.

환경농업의 메카로 알려진 문당리는 100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곳이다. 작은 농촌마을에서 100년의 청사진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들의 100년 계획의 배경에는 그 동안 함께 해온 공동체 정신이 있다. 마을의 공동재산을 많이 늘리고 민주적인 토론을 끊임없이 해온 결과가 그것이다. ‘21세기 문당리 발전 백년계획’은 주민들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녹색연합이 함께 고민하며 만들었다. 2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책자로 엮어진 백년계획에는 ‘넉넉한 문당리, 오순도순한 문당리, 자연과 사람이 건강한 문당리’라는 이들의 꿈이 집약되어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그냥 잘 되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홍동면의 모든 주민이 다 함께 이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홍동면 마을활력소 활동가인 이동호 씨는 “홍동마을 마을사업의 본질은 함께 한다는 것에 있다”며 “성장이나 발전보다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마을사람들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또 “마을 전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곳을 이상향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은 3,500여명의 면 인구 중 2~3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며 “다만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후대에 물러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작은 차이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홍동마을처럼 되는 것이 목표라는 식의 접근을 경계했다.

홍동은 우리 마을만들기의 오래된 미래와도 같은 곳이다. 홍동주민들은 농촌이 다시서는 유력한 길이 경쟁과 이윤추구로 대변되는 주류 경제가 아닌 ‘자주적 협동경제’로 서로 돕고 사는 길 뿐이라는 확신과 믿음으로 이같은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단순한 소득증대 사업이나 기업 유치 등 정부나 시장에 의존하여 그 희망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살기에 좋은 곳으로 일궈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홍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농촌지역에서 20년 가까이 마을만들기를 하면서 전국의 마을활동가들이 찾는 또 한곳은 전라북도 진안군이다. 진안군은 자신들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을만들기를 해온 지역이다. 무진장으로 불리는 전북의 동쪽고원지대에 위치한 진안은 2000년 용담댐 개발 이후 각종 개발사업이 제약되고 우루과이 라운드로 농산물 개방이 본격화되는 시대적 상황이 풀뿌리 마을살리기와 평생학습, 주민자치, 귀농귀촌, 도농교류와 같은 차별화된 지역발전을 모색하게 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주민이 주도하는 상향식 마을만들기’라고 부르고 있다.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는 2016년 현재 28개 마을사업지구가 참여하는 마을만들기지구협의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민간조직이 구성되어 활동중이다. 진안군마을만들기는 행정 내부에 마을만들기 전담팀을 일찍부터 개설하고 계약직 공무원 전문가 채용, 순환보직제 제한, 행정협조회 등의 개최로 행정의 전문성을 축적하고 민간과의 소통을 통한 정책신뢰성을 확보해왔다.

또 진안군이 주력한 것은 민간전문단체의 육성이었다. 진안군에서 ‘농촌형 인큐베이팅’ 전략이라 부르는 이 사업은 계약직 공무원을 매개로 10여개 이상의 조직을 양성했으며, 행정예산을 활용해 민간의 인재를 육성해 조직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2001년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을 시작한지 10년이 되던 2010년 진안군은 제3회 마을축제를 계기로 그 동안의 활동을 점검하고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주민과 행정이 함께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시작된 새로운 10년을 꿈꾸는 핵심사업으로 진안군은 로컬푸드 사업과 진안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진안군은 새로운 10년이 끝나는 2020년의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먼저 로컬푸드 사업과 지원센터를 통해 많은 신규고용이 생겨 젊은이들이 진안을 떠나지 않을 뿐 아니라 신규주민이 유입되기를 진안군은 기대하고 있다. 1백명 이상의 상근인력이 근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들이 가족과 더불어 진안을 훨씬 생동감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 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의 성과를 집약하고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학교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의 공교육 혁신뿐만 아니라 제도권 밖의 대안학교 설립도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인재의 스급을 자급할 수 있는 대학과 대학원과정에 해당하는 직업학교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 요구되고 필요한 분야인 유기농업, 농가공, 직거래유통, 농촌문화, 마을복지 등을 인문학을 토대로 실사구시형 토론식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를 희망하고 있다.

홍동과 진안은 한국 마을만들기의 오래된 미래이며 지역 내 생존을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진안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수탁법인인 (사)마을엔사람의 창립선언문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룩해온 주민 주도·상향식의 마을만들기, 내발적 발전의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서로의 힘을 계속 합쳐갈 것이다. 그래서 전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며, 풀뿌리 마을이 살아있는 지속가능한 세상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 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진안에서 한국 농촌의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될 것을 굳게 믿는다.”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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