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1)
(마을 만들기, 사회적 경제, 경기도 따복 중심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 철학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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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 마을 만들기 사업, 철학이 문제다.
2회 : 김포시 마을공동체 사업의 현황과 전망
3회 : 사회적 경제의 현황과 문제
4회 : 마을 만들기와 사회적경제의 융복합은 가능한가?
5회 : 일본의 마을 만들기<도쿄시 세타가야 구>
6회 : 일본의 마을 만들기<도쿄시 네리마 마을 만들기 센터>
7회 : 일본의 마을 만들기<요코하마 시 코가네초와>
8회 : 영국의 마을 만들기<런던의 거버넌스 도시재상>
9회 : 영국의 마을 만들기 사업체와 시민복지 커뮤니티 경영
10회 : 한국의 공동체 사례1
11회 : 한국의 사회공동체 사례2
12회 : 김포시 사회공동체의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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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기형적인 도시화는 난개발과 형식적인 도시화로 인한 병폐에 허덕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환경이 조성된 지 수십년이지만, 개인적이고 배타적인 주거문화는 팽배한 대신,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다. 이같은 사회문화는 다시 마을만들기를 통해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선진적인 지자체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을 만들기 사업은 기준 없이 사례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김포신문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김포시 공동체 활동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일본의 우수 사례와 국내의 성공사례들을 취재해 문제점과 대안모색에 나선다.<편집자>

마을 만들기란 무엇인가? 아니 오늘날 마을이란 무슨 의미인가? 대한민국 전체를 휩쓸고 있는 마을 만들기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김포시마을만들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역언론이 이같은 고민을 갖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했다. 그러나 좀 때늦었지만,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마을이 갖는 중요한 가치는 간과한 채 행정 주도형 마을 만들기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각종 파열음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관주도형 마을 만들기의 부작용

마을은 주민자치와 민주주의의 최소 단위이다. 스스로의 일을 논의하고 결정하면서 주민자치의 훈련과 학습이 일어나는 민주적 형식의 현장이다. 주민들은 당면한 마을 일을 협력해서 풀어갈 때 공동체 정신이 함양된다. 과정 속에서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행동을 조직할 수 있을 때, 공동체 정신과 공동체 문화가 극대화 될 것이다.

마을 만들기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김포시와 경기도가 공동체 지원 사업을 하면서 공모사업을 시작해 시작된 것일까? 최근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는 마을 만들기의 시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지만 일본의 마치즈쿠리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일본 마치즈쿠리는 현대 일본이 도시화, 산업화의 길로 나아가면서 나타난 주민 생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절차로 시작됐다.

두레, 日 '미치즈쿠리' 가 원조 격

일반적으로 마치즈쿠리는 1962년 나고야시 에이토 지구의 도시 재개발 시민운동에서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되면서 도시계획에 주민이 참가하는 길을 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이 일반화된 것은 70년대 초 도로 확장을 위한 구획 정리나 맨션 건설에 따르는 일조권 침해 등에 대한 반대 운동이 일어나면서부터다. 이후 주민들은 스스로 지역의 내부로부터 그 환경을 바꿔 재생시켜 나가고자 하는 활동을 계획적으로 벌이면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주민의 건강, 복지, 교육 등 소프트웨어적인 영역까지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80년대 이후 일본의 각지에서 지역에 필요한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미치즈쿠리가 시작됐다.

이같은 주장과 더불어 우리 고유의 전통에서 마을 만들기의 기원을 찾는 주장도 있다. 전통사회의 두레와 향약과 같은 마을단위의 공동체 규약이 전통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현재의 마을 만들기 운동과는 차이가 있지만 두레나 향약, 한국전쟁 이후 마을 재건과 더불어 일부의 예이긴 하지만 신협, 문고, 놀이터, 장학회 등의 형태로 마을 만들기의 맥이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2000년대 들어 지자체 등 사업 본격화

우리나라는 90년대부터 시민단체가 나서서 '운동으로서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본격화 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현 박원순 서울시장의 과거 희망제작소에서 펼쳐왔던 교육과 조직 활동의 경우 일본 등 외국사례를 전파하면서 시작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례이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마을 만들기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2000년대 말부터 '도시계획'에 마을만들기가 접목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마을 만들기 운동은 다양한 운동의 역사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왔으며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속에서 새롭게 전환되고 있다.

그러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마을 만들기 문제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주민 없는 관주도형 마을만들기이다.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사업만 있고 자발적인 주민은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은 최근의 마을 만들기를 주도하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과거 10여 년 동안 정부의 각 부처에서 진행해 온 마을만들기 사업도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큰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업 후 하드웨어만 남기고, 주민들의 불만과 분열만 유발했다는 비판이 높다. 물론 일부 지역의 경우 정부의 예산을 마중물로 삼아 마을 만들기를 착실히 발전시켜온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마을회관, 된장고추장 공장 등 하드웨어적인 구조물만 남긴 채 사업종료 후 전혀 지속되지 않은 곳이 부지기다.

주민 없는 마을 만들기 예산만 낭비

이같은 문제의 배경에는 주민들에게 마을 만들기의 필요성과 주민들의 주인 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이 선제적인 활동이었어야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사업의 틀에 매달려 성과만을 바라보고 사업을 진행하다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형식에 머무르고 만 경우다 허다하다. 이는 행정이 주도한 마을 만들기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긴 결과다. 마을만들기의 주체는 주민이다. 주민들이 우리마을의 개선할 점과 과제를 도출하고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이 곧 마을만들기의 중요한 과저임에도 성과에 얽매이다 보니, 결국 허술한 된장공장과 같은 하드웨어 시설만 남은 경우가 많다.

행복한 삶이란 명제 충실해야

이처럼 지난 10여 년간 관주도의 마을 만들기는 대부분 지역에서 상처만 남겼다. 3년 만에 끝나는 마을 만들기사업들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일본 마치즈쿠리의 원조라고 하는 도쿄시 세타가야구 타이시도의 경우 80년대 시작된 마치즈쿠리를 30년째 이어가고 있다. 마을 만들기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을만들기가 아니라 행정의 한 단위사업일 뿐이다.

이제 마을 만들기는 철학의 문제가 되었다. 마을 만들기를 주체인 주민과 행정지원조직, 마을 만들기를 조율하는 중간지원조직 모두가 성과주의, 돈벌이 수단으로서의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행복한 삶'이라고 하는 철학적 기본명제에 충실할 때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김동규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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